특별취재반 = '꼴찌 출발, 1위 질주'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쇼트트랙에서 한국 선수단에 단비 같은 첫 금메달을 안긴 안현수(21.한국체대)의 '금빛 방정식'은 상대의 허를 찌르는 '선(先)꼴찌 후(後)역전' 작전이었다. 안현수는 13일 오전(한국시간) 이탈리아 토리노 팔라벨라 빙상장에서 펼쳐진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남자 1,500m 결승에서 전형적인 막판 앞지르기 전술로 팀동료 이호석(20.경희대)마저 마지막 바퀴에서 앞질러 금메달의 영광을 차지했다. 이번 금메달로 안현수는 지난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대회 때 1,000m 결승에서 리자준(중국), 아폴로 안톤 오노(미국) 등과 함께 넘어지면서 금메달을 놓쳤던 아쉬움을 실력으로 되찾아 왔다는 데 큰 의의를 가진다. 안현수는 이날 예선부터 꼴찌로 출발해 상대방의 방심을 유도하면서 체력을 비축한 뒤 중반 이후 4바퀴를 남긴 코너에서 직선주로로 접어서는 순간 벼락같은 스피드를 앞세워 단번에 3-4명의 선수를 추월하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준결승에서도 안현수의 의도는 그대로 적중했다. 안현수는 출발신호와 함께 서서히 숨을 고르듯 상대 선수들의 맨 끝에서 여유있는 스케이팅으로 미끄러지듯 링크를 돌았다. 6바퀴를 남기고 강력한 스퍼트로 1위에 올라선 안현수는 3바퀴를 남기고 잠시 중심을 잃으면서 주춤하는 사이 3위로 떨어지는 위기의 순간을 맞았다. 그러나 이내 2위로 올라선 안현수는 1위로 달리던 리자준(중국)을 두 바퀴 남기고 추월해 예선과 준결승을 모두 1위로 통과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제 남은 것은 결승. 결승전에서 만난 아시아의 쇼트트랙 라이벌 한국과 중국은 각각 두 명씩 결승에 진출해 숨막히는 접전이 예상됐다. 한국의 안현수와 이호석, 중국 리자준과 리예는 스타트 총성이 올리고 난 뒤 모두 후미로 밀려 선두진출 순간을 엿보는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리쟈준이 3위로 나서고 안현수와 이호석이 4-5위를 이룬 가운데 중국의 리예가 6위로 달리면서 전후방으로 한국 선수들의 진출을 견제했다. 중국의 작전이 시작된 것은 10바퀴를 남기면서부터. 꼴찌로 달리던 리예가 갑자기 속도를 내기 시작했고 더불어 리자준도 최전방으로 나서면서 승부는 긴박감을 띄기 시작했다. 하지만 안현수와 이호석은 동요하지 않았고, 마침내 6바퀴를 남기고 이번에는 한국의 작전이 시작됐다. 이호석이 먼저 치고 나가 1위에 오른 뒤 다른 선수들이 방심한 틈을 타서 안현수가 2위로 치고 올라선 것. 안현수는 이에 그치지 않고 마지막 바퀴에서 이호석이 잠시 주춤하는 틈을 타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해 한국의 첫 금메달 주인공이 됐다. 월등한 실력에 지략까지 겸비한 안현수의 '승리 방정식'은 지난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에서 못 이룬 금메달 꿈을 이루는 원동력이 됐다. (토리노=연합뉴스)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