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독일에서 열린 '뉘른베르크 장난감 박람회'에 참가했던 GS홈쇼핑 MD(구매담당) 임재호 과장(36)은 행사 규모 못지 않게 한국인 벤더(소규모 도매상)들의 활약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상품 제조업자 등과 상담을 하는 수입상 네댓 명 중 한 명은 한국인 벤더로 추정될 정도.지난 2일부터 닷새 동안 열린 박람회에서 임 과장은 홈쇼핑에서 판매할 상품 4개를 발굴했다.


운이 좋았지만 행사장 곳곳에서 부딪친 국내 벤더들의 경험과 조언 덕을 톡톡히 봤다.


세계 곳곳을 누비며 히트 상품을 발굴,국내에 공급하는 아이템 헌터가 각광받고 있다.


이들은 제조업자와 판매자를 단순 중개하는 유통벤더(일명 보따리장수)와 달리 해외 시장에서 상품을 발굴,제품 부분 수정 및 세트 구성부터 유통채널 선정까지 총괄하기 때문에 '글로벌 MD'로도 불린다.


백화점 할인점 홈쇼핑 등 유통업체 소속의 바이어 MD 등을 비롯해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수많은 수입상들이 '아이템 헌터'로 맹활약하고 있다.


무역협회 등 관련 업계는 해외에서 상품을 발굴해 국내에 들여오는 아이템 헌터들이 수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 등 판로가 다양해진 데다 '물건 하나만 건지면 5년은 먹고 산다'는 업계 통설도 아이템 헌터가 급증하는 배경이다.


봄,가을 해마다 두 차례 열리는 중국 광저우 페어는 아이템 헌터들이 총 집결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박람회로 꼽힌다.


서울 목동의 현대41타워에 사무실을 차린 아이템 헌터 김모씨(43)는 "광저우 페어는 사람 빼고는 다 파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박람회"라며 "이 행사에 참가하는 국내 아이템 헌터만 1만명에 달하며,박람회 투어 일정을 기획하는 국내 여행사와 현지 숙박업소 등이 행사를 전후해 덩달아 특수를 누릴 정도"라고 말했다.


광저우 페어는 올해는 4월 초 개막할 예정이다.


홍콩 '토이쇼',일본 도쿄의 '완구박람회',프랑크푸르트 '소비재박람회' 등도 아이템 헌터들이 즐겨 찾는 박람회다.


이들은 베트남 말레이시아 태국 등 제조원가가 낮고 상품 기획력이 떨어지는 곳을 하청기지로 주로 이용한다.


아이템 헌터들이 히트 예감 상품을 국내에서 역으로 발굴·기획,해외 하청공장에서 생산하는 방식도 늘고 있다.


아이템 헌터가 급부상하는 것은 백화점 할인점에 이어 홈쇼핑 인터넷 쇼핑몰 등 판로가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터넷 쇼핑몰은 아이템 헌터들이 해외에서 발굴한 상품의 테스트 마켓이면서 주 유통채널 역할을 하고 있다.


'2만원대 에스프레소 제조기' '전기 라면포트' '계란찜기' 등 최근 인터넷 쇼핑몰에서 봇물을 이루고 있는 초저가 생활가전 등은 모두 아이템 헌터들이 중국 등 해외 시장 곳곳을 누비며 발굴한 것들이다.


CJ몰의 한 관계자는 "가격경쟁력을 앞세우는 인터넷 쇼핑몰의 경우 전체 상품의 60% 이상이 중국산"이라며 "아이템 헌터들이 가격과 품질 면에서 경쟁력있는 상품을 지속적으로 공급하지 않았다면 인터넷 쇼핑몰 시장이 지금처럼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