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처 '檢날'에 두손 든 A I G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세계 최대 보험회사 AIG가 9일 사법당국과의 회계부정 소송을 무마하기 위해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인 16억4500만달러의 합의금을 내기로 했다.
대신 뉴욕검찰은 AIG에 대한 소송을 취하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이번 소송을 이끌어온 '월가의 저승사자' 엘리엇 스피처 뉴욕 검찰총장은 비리 기업을 상대로 다시 한번 승리를 거두게 됐다.
16억4500만달러의 합의금 가운데 15억2000만달러는 분식회계로 피해를 본 고객과 투자자들에게 손해배상금으로,나머지 1억2500만달러는 뉴욕검찰과 법무부에 벌금으로 각각 지급된다.
AIG는 이와 별도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도 8억달러를 내야 하며 이를 감안하면 회계부정 관련 소송 비용은 24억4500만달러로 늘어난다.
AIG는 작년 4분기에도 소송 관련 비용으로 총 22억5000만달러를 지출했었다.
AIG는 이날 "잘못된 투자 정보를 제공한 것은 분명 잘못됐다"며 분식회계 등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그러나 이번 합의대상에서 제외된 모리스 그린버그 전 AIG 회장측은 법정 공방을 계속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린버그 전 회장의 대변인인 하워드 오핀스키는 "검찰 기소 내용은 명백한 오류"라며 "(분식회계)논란이 언론에서 법정으로 옮겨가면 그린버그의 결백이 입증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AIG와 그린버그 전 회장은 작년 5월 분식회계와 실적 부풀리기,투자자 호도 등의 혐의로 뉴욕검찰로부터 기소를 당했다.
AIG는 작년 3월 분식 혐의 등으로 뉴욕검찰과 SEC의 조사를 받던 중 지난 14년간 16억6000만달러의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시인했으며 이를 계기로 트리플A(AAA)를 자랑하던 신용등급이 20여년 만에 추락하기도 했다.
또 사내외에서 눈총을 받던 그린버그는 결국 지난 3월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직을 내놓은 데 이어 6월에는 이사직마저 사임,AIG와의 인연을 끊었다.
그는 1968년 최고경영자 겸 회장직에 오른 뒤 38년간 AIG를 이끌며 '보험업계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불렸지만 회계 스캔들로 불명예 퇴진의 쓴맛을 봤다.
반면 스피처 총장의 주가는 또 한번 올라가게 됐다.
월가에선 그동안 부정에 연루된 기업과 기업인들을 잇따라 퇴진시켜온 그의 이름을 딴 'spitzered'(스피처에게 걸리다)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AIG와의 합의 이전에 스피처가 거둔 최대 '승리'는 한때 그린버그 전 회장의 아들인 제프리 그린버그가 운영했던 보험중개회사 마쉬&맥레난으로부터 8억5000만달러를 받아낸 것이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