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산업과 관련한 논의가 무성하다. 영화배우 장동건이 광화문 네거리에서 스크린쿼터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하자 행인들이 신기한 듯 바라보는 장면이 TV와 신문을 장식하기도 한다.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가시권으로 들어오면서 서비스 산업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또 지난해에는 자영업자를 비롯한 서비스 부문에서 고용흡수력을 높여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대체 서비스산업이 무엇인가. 서비스산업은 광의로 해석하면 국민경제 전체에서 농림어업과 광공업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상업·금융업·보험업·운수업·통신업·관광업·광고업 등이 이에 속한다. 산출액 기준으로 2004년 현재 67.2%,고용인구 기준 72.8%로 우리 경제에서 압도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취업 구조 측면에서 제조업의 고용흡수력은 감소하는 데 비해 서비스업은 취업유발계수가 1.6배에 달해 고용창출의 원천으로서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렇게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도 서비스산업 육성에 대한 논의가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산업 하면 자동차나 철강 화학을 비롯해 정보기술(IT) 등을 떠올리게 된다.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비교역재라는 인식이 많다. 국가 간에 교역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세계 전체 교역에서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문제는 우리 나라의 서비스 경쟁력이 매우 취약하다는 점이다. 현시비교우위(RCA) 개념으로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측정해 보면 2004년 현재 우리 나라의 서비스무역 경쟁력은 0.72로서 전반적으로 비교우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미국(1.53)이나 영국(1.70) 프랑스(1.08) 이탈리아 등에 크게 뒤지는 수준이며 일본이나 독일 대만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 서비스 부문별로 보면 수지 흑자를 나타내고 있는 운수 서비스 부문만이 유일하게 RCA지수가 1을 넘어 비교우위를 가진 것으로 풀이되며 반면 통신이나 관광 금융 보험 등 운송서비스를 제외한 나머지 부문의 RCA 평균치가 0.25에 불과할 정도로 낮은 경쟁력 수준을 보이고 있다. 최근 수 년간 한류를 바탕으로 한 우리 나라 문화서비스 부문의 잠재력이 커진 건 사실이지만 문화오락 서비스 부문의 지수가 0.15에 불과해 아직은 갈 길이 먼 것으로 평가된다. 더욱 큰 걱정은 지난 10년간 우리나라의 서비스산업 경쟁력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1996년 0.77에서 2000년에는 0.76으로,2004년에는 0.72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우리나라의 상품 수출이 빠르게 증가한 데도 일부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서비스부문의 경쟁력을 높일 필요성이 크다는 점을 깨닫게 한다. 향후 근본적인 질적 개선이 없는 한 우리 나라의 서비스수지가 악화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첫째,서비스시장 개방이 확대될 것이라는 점이다. 세계무역기구의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 및 쌍무적인 FTA 등과 맞물려 국내 서비스시장 개방 압력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미 FTA가 체결될 경우 서비스 수입이 증가할 게 뻔하다. 우리나라의 소득수준을 고려할 때에도 앞으로 수지적자 확대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일본의 예를 봐도 우리와 비슷한 소득수준에서 해외여행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는데 여행수지는 가장 큰 수지적자 요인이 되고 있다. 서비스 수지에 커다란 영향을 주는 변수인 환율을 보아도 앞으로 수지적자 확대가 예상된다. 원화 절상이 예상되고 있는데 원화 강세는 서비스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반면 서비스 수입에는 증가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서비스 수지 개선을 위해서는 역시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배양해야 할 것이다. 개방과 경쟁이 서비스 경쟁력 제고의 핵심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개방 정도가 높은 운송부문의 경쟁력이 가장 높으며 각종 규제로 사실상 미개방 상태에 있는 사업서비스와 통신,교육 부문의 경쟁력이 낮다. 아울러 의료 등 서비스 산업에 대해 '산업'이라는 측면에 대한 사회적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서비스교역의 비중이 높아지는 현실에서 일부 서비스산업이 앞으로 우리 경제를 이끌어나갈 전략산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인식 하에 토지 이용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여행 수지를 개선하려는 노력이나 특허 등 사용료 수지 개선을 위해 연구개발 노력을 강화하는 것은 구체적인 예가 될 것이다. 개방과 경쟁을 촉진하면서 서비스 분야의 대형화·전문화를 통해 생산성을 높여가야 한다. 또 선진 기업과의 합작 또는 전략적 제휴를 통해 선진 노하우를 습득하려고 힘써야 한다. 앞으로 도래할 지식경제에서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의 관건이 될 것이므로 서비스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개선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신민영 경제연구센터 연구위원 myshin@lger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