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무주택자의 청약 기회를 크게 확대하는 방향으로 추진 중인 주택청약제도 개편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는 6월 말까지 확정될 이 개편안은 세 자녀 이상을 둔 가구에 대해서는 이미 집을 갖고 있더라도 특별공급 대상에 포함시키고,주택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서울에서 5000만원 이하(지방은 3000만원 이하)인 저가 주택을 가진 사람은 무주택자로 간주하는 방안 등을 담고 있다. 개편안은 또 무주택자라도 수억원짜리 전세자는 가점을 적용할 때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사실상 청약을 제한할 방침이다. ◆세 자녀 이상 유주택자 특별분양 건설교통부는 세 자녀 이상을 둔 가구주는 이미 주택이 있더라도 청약통장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오는 8월 판교 때부터 국가유공자,장애인 등처럼 특별분양을 받을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원 차원에서다. 전용면적 25.7평 이하 중소형 주택에 적용되는 특별분양은 공급물량의 10%로 현재는 무주택자만을 대상으로 시행된다. 무주택 세 자녀 가구는 가구주의 연령을 고려할 때 지금도 '5년 이상 35세 이상 무주택 세대주' 요건에 따라 아파트를 우선 공급받는 경우가 많다. ◆서울 5000만원 이하 주택소유자는 무주택자로 간주 건교부는 또 초소형 및 저가 주택소유자는 무주택자로 간주,청약기회를 넓혀주기로 하고 구체적인 기준을 준비 중이다. 무주택자 기준은 주택 면적이 아닌 금액(공시가격)으로 하되 지역별로 차등화될 전망이다. 서울의 경우 유주택자라도 집값이 공시가격 기준으로 5000만원 이하일 때는 무주택자로 간주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주택법상 쾌적한 주거환경을 유지할 수 있는 가구당(3인 가족 기준) 최저기준이 전용면적 8평 내외이며 서울 변두리에서 5000만원이면 이 정도의 주택을 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서울에 비해 집값이 상대적으로 싼 광역시의 경우 3500만~4000만원,기타 시·도는 2500만~3000만원 선이 고려되고 있다. ◆수억대 전세자는 유주택자로 간주 반면 수억원짜리 집에 전세를 사는 무주택자는 사실상 유주택자로 간주될 가능성이 높다. 고소득 무주택자와 억대 전세자는 저소득 무주택자와 구분해야 한다는 논리에서다. 건교부 한 관계자는 "강남의 2억원짜리 전세아파트 입주자와 강북의 수십만원짜리 월세 아파트 입주자를 동등한 위치로 볼 수는 없다"며 "이 같은 현실적 차이를 메워주는 방향으로 개편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건교부는 이에 따라 소득수준과 주거형태 등을 고려,고소득 무주택자와 억대 전세자의 경우 앞으로 당첨자 선정 때 결정적인 기준이 될 가점제 산정과정에서 불이익을 주어 사실상 청약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여러 가점 항목 중 소득부문의 가점 가중치를 높이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억대 전세자의 당첨 가능성은 크게 줄어들게 돼 사실상 유주택자와 비슷한 상황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건교부 내에서도 소득파악 체계 등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앞당겨 시행할 경우 자칫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시행시기 등을 놓고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유주택자도 공공택지 내 중소형 주택 청약은 가능 건교부는 2008년부터 공공택지 내 중소형 주택은 무주택자만 청약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청약 우선권'을 주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하되 미달시에는 유주택자에게도 공급한다는 얘기다. 지난 7일 발표 때 무주택자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준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 무주택자만 청약할 수 있다는 것으로 잘못 전달됐다는 게 건교부의 설명이다. 또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하는 중소형 주택의 규모는 '전용면적 25.7평 이하'가 유력하다. 당초에는 주공 등이 공급하는 공공분양주택의 경우엔 전용 25.7평 이하,민간분양분은 전용 18평 이하가 검토됐지만 주택공급규칙상 국민주택규모가 전용 25.7평 이하인 데다 각종 주택정책자금 지원도 대부분 이를 기준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전용 25.7평 초과는 채권입찰액이 같을 때만 가점제 적용 가점제는 민영주택과 공공주택 모두 주택크기에 따라 다르게 적용될 전망이다. 전용 25.7평 이하 중소형은 무주택 기간,가구주 연령 등 가점제로만 당첨자를 선정하지만,채권입찰제가 적용되는 25.7평 초과 중대형은 먼저 채권입찰액에 따라 당첨자를 정하고 채권입찰액이 같은 경우만 가점제로 결정한다. ◆청약 부금·예금은 통합 이처럼 청약제도가 바뀌면 청약 저축·부금·예금 등으로 구분돼 있는 청약통장 개편도 불가피해진다. 청약저축은 현행대로 두고 부금과 예금은 하나로 합쳐질 전망이다. 건교부 관계자는 "전용 25.7평 이하 공공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을 청약할 수 있는 청약저축은 그대로 살리고 민영주택에 청약하는 부금과 예금은 하나로 묶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설명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