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하게 꼭 골을 넣겠단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오래도록 이겨보지 못한 게 부담스럽죠"(2005년 1월 본프레레호 LA 전지훈련 인터뷰) "팀이 쉽게 갈 수 있도록 제가 골을 넣겠습니다"(2006년 2월 아드보카트호 LA 전지훈련 인터뷰) 축구 국가대표팀 중앙 포워드 이동국(27.포항)에게 미국 로스앤젤레스는 '회한의 땅'이다. 2000년 2월 허정무 사단에서 뛰던 시절 그는 북중미 골드컵 코스타리카전에서 득점포를 작렬했다. 당시 이동국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해 보였다. 2년이 흐른 2002년 1월 전지훈련에 나선 히딩크호의 악전고투와 함께 이동국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다섯 경기 가운데 세 차례 교체 출전했을 뿐 거스 히딩크 감독의 눈 밖에 났고 한.일 월드컵 엔트리는 서서히 다른 태극전사들의 몫이 됐다. 이동국은 대표팀에 몸담은 뒤 네번째 LA 땅을 밟았다. 자신이 LA에서 뛴 기간 대표팀은 7무4패로 추락했다. LA 징크스는 대표팀이 1989년 말보로컵 3.4위전에서 미국을 2-1로 이긴 이후 17년이 지나도록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해 생긴 말이다. 특히 이동국은 2000년 이후 대표팀 성적표가 더욱 나빠진 데 일말의 책임감도 갖고 있다. 2005년 LA 인터뷰에서 이동국은 무척 조심스러웠다. 본프레레 전 감독에게 발탁돼 태극호에 재탑승했지만 다시 아픔을 겪지 않으려고 돌다리도 두드려가던 때였다. 그러나 지난 3일 LA 전훈의 첫 인터뷰 대상자로 마이크 앞에 섰을 때는 자신감이 넘쳐보였다. 물론 이번 전훈에서 득점을 기록하지 못한 조급함은 있었지만 훨씬 수월하게 골을 넣어보이겠노라고 다짐했다. 이동국은 9일 낮 1시(한국시간) LA 남부 카슨 홈디포센터에서 열리는 아드보카트호와 미국프로축구(MLS) LA 갤럭시의 평가전에 앞서 골문을 정조준했다. LA에서 골 맛을 본 지는 정확히 6년이 흘렀고 아드보카트호에서 골 기억도 지난해 11월 세르비아-몬테네그로와 평가전 이후 3개월 가까이 지났다. 이번 전훈에서 유일한 공격 포인트는 지난달 29일 크로아티아전에서 이천수(울산)에게 절묘하게 빼준 로빙 어시스트뿐이다. "미국에서 더 많은 걸 얻어가겠다"고 한 이동국이 득점 선물까지 챙겨갈지 지켜볼 대목이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 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