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행위예술가가 지난달 29일 미국에서 타계한 세계적 비디오아티스트 고(故) 백남준씨를 추모하는 퍼포먼스를 고인의 대표작 앞에서 펼쳐 눈길을 끌었다. 7일 대전시립미술관 2층 중앙홀에서 충남 예산출신 행위예술가 겸 토털아티스트 류환(44)씨가 동료 1명과 함께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아티스트의 죽음을 추모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이날 퍼포먼스는 1993년 대전엑스포 당시 고인이 폐기된 TV 모니터 384대와 수족관, 자동차 잔해, 전화기 등을 재활용해 거북선 모양으로 만든 '프렉탈 거북선' 앞에서 진행됐다. 퍼포먼스는 20여분간 진행됐으며 '아름다운 것만이 미학이 아니다'라며 파괴의 미학을 강조했던 고인의 예술혼을 기리는 내용으로 이뤄졌다. 우산을 쓴 동료를 흰 천과 검은 테이프로 감싸며 현대문명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는 내용으로 시작된 퍼포먼스는 흰색 물감을 바르고 비디오테이프와 사슴뿔, 밧줄을 온몸으로 감싸는 등 격렬한 가운데 진행된다. 퍼포먼스의 마지막은 고인의 사진에 자신의 피로 웃고 있는 입을 그려넣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류씨는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며 지역 미술관에 설치된 그의 걸작 앞에서 고인의 예술사상을 재조명하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며 "산업사회의 쓰레기를 모아서 예술로 재창조한 고인의 예술혼을 기리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류씨는 고인의 유분 일부가 한국으로 돌아오는 다음달초 49제때 서울에서 또 다른 추모 퍼포먼스를 펼칠 계획이다. 한편 류씨는 국제행위예술작가 그룹 공동대표 및 한국실험예술정신 중부권 대표를 맡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조용학 기자 cat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