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못하면 강의 못들어요" ‥ 교양과목도 영어수업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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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이 영어로 진행하는 학부 수업의 비율을 대폭 높이고 있다.
강의 5개 중 1개를 영어로 진행하는 등 일부나마 '영어 공용화'가 실현된 대학들이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인재를 키워야 한다는 계산에 대학들이 영어강의를 대폭 늘리면서 생긴 일이다.
하지만 학생과 강사 모두 영어실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수업이 진행되면서 수업의 질이 떨어지는 등 영어 수업이 안고 있는 문제도 적지 않다.
고려대학교는 지난해 20%를 밑돌았던 전체 교양강의에서 영어로 진행되는 교양강의의 비율을 올해 22.3%로 높이기로 했다고 6일 밝혔다.
이에 따라 1학기부터 문학 철학 등 일반 교양과목 385개와 영어작문 영어독해 등 영어 관련 교양과목 86개의 수업이 영어로 이뤄진다.
고려대 관계자는 "국제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1~2학년생들이 많이 듣는 교양강의도 영어로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며 "전공강의를 포함한 영어강의의 비중은 지난 2학기 31.3%에서 올해 37% 선으로 높아져 전체 강의의 3분의 1을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대학교는 전체 교양강의 가운데 영어로 진행하는 강의 비중을 지난해 2학기 17.72%에서 올해 1학기 19% 선으로 높일 예정이다.
교무처 수업지원부 관계자는 "새로 발령이 나는 전임교원은 의무적으로 2개 과목을 영어로 가르치게 하면서 영어강좌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학교는 올 1학기 전체 교양강좌 가운데 10%가 넘는 129개 강의를 영어로 진행할 계획이다.
영어로 이뤄지는 교양강의 중 79개는 교양 대학영어와 기초영어이며,나머지는 문학 시사토론 수학 등 분야별 기초강의다.
학부와 대학원 전공과목까지 합치면 서울대의 전체 강의 6515개 가운데 영어강의 비율은 4.1%이다.
경희대는 올 1학기부터 영어로 수업하는 교양과목을 9개로 늘리기로 했다.
대상 강좌는 '언어의 이해''심리학''사회학개론''논어' 등이다.
경희대는 수년 전부터 교양과목 중 영어독해와 영어작문 등은 영어로 가르쳐 오다가 지난해 2학기부터 영어로 수업하는 일반 교양과목 강좌 3개를 신설했다.
한양대도 지난해보다 5개 늘어난 10개의 일반 교양강의를 이번 학기부터 영어로 진행한다.
특성화 대학들 중에서는 아예 영어로만 수업하는 곳도 있다.
정보통신부 산하의 정보통신 분야 특화대학인 한국정보통신대학(ICU)의 경우 전체 강의 중 80%에 달하는 전공수업을 영어로만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급속한 영어강좌 확산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찮다.
일단 교수와 학생들의 영어 부담이 커졌다.
영어실력이 떨어지면 강의를 하지도,듣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류연택 한양대 수업계장은 "수업을 들으면서 영어 실력 부족으로 중도 포기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며 "영어로 진행하는 교양강의를 확대하는 것도 좋지만 수준 높은 외국인 강사 확보,내국인 교수 및 학생들의 영어수업에 대한 부담 증가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어로 진행하는 교양수업이 한국어 수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업의 심도가 얕다는 지적도 있다.
교수와 학생이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영어수업을 진행하면서 복잡하고 추상적인 개념 설명이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영어와 한국어로 같은 과목 수업을 모두 해봤다는 한 대학 강사는 "한국어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내용이 10이라면 영어수업에서는 6~7밖에 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송형석·문혜정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