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씻지도 않고 침대로 들어오는 남편 때문에 정말 미치겠어. 술 냄새에 담배 냄새,온갖 악취가 코를 찌르는데 막무가내로 덤벼들 때면 정말 돌아가시겠다니까." 섹스에도 법도가 있다. 사전 샤워는 기본 중의 기본 매너다. 하지만 이 기본 매너를 '취했다' 혹은 '갑자기 하고 싶다'는 핑계로 지키지 않는 몰염치한들이 적지 않다.


섹스는 애무로 시작되는데 몸에서 땀 냄새가 나거나 짠 맛이 느껴지면 상대방은 기분을 잡친다. 먼저 동했던 몸이라도 위축되기 십상이다. 필자가 상담해 보면 취중에 샤워도 하지 않고 오럴까지 시도하는 파렴치한이 예상 외로 많았다. 남성들은 술김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여성의 입장에선 성 고문이나 다름없다.


무드의 문제만이 아니다. 남성의 불결과 여성의 자궁암 발생은 비례한다. 따라서 남성의 청결은 매너에 앞서 공중 위생에 해당된다.


"연애할 때 하던 키스를 그 때 그 느낌 그대로 하고 싶을 때가 있잖아? 그런데 남편은 언제 했는지 기억도 못하는 것 같아. 만날 바로 본 게임으로 들어가 버리니 식상해. 솔직히 섹스보다는 키스가 그리운데…. 내가 먼저 시도해 보지만 마지못해 응해. 김 새지."


아내들은 피스톤 운동만 냅다 해대는 것보다는 짜릿한 쾌감을 주는 키스와 애무를 받고 싶어한다. 여자는 삽입만으로 오르가슴을 느끼기가 어렵다. 아내 자신도 잘 모르는 성감대를 애무해 줄 때 사랑의 샘이 퐁퐁 솟는다.


"우린 거기까진 그런 대로 해. 키스도 하고 애무도 해 줘. 내가 절정에 도달할 수 있도록 배려도 해. 그런데 문제는 끝나기가 무섭게 목욕탕으로 뛰어가거나 등 돌리고 코를 골며 자 버리는 거야. 무슨 용역 일거리를 마친 일꾼처럼 말이야. 혼자 남은 사람만 머쓱해지지…."


섹스는 시작만큼 마무리도 중요하다. '사정! 이상 끝!'이라는 식은 금물이다. 사후 여운까지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배우자다.


한 설문 조사에서 남성의 37%가 "섹스 후 미리 받아 놓은 목욕물에 같이 몸을 담그고 부드러운 애무로 마무리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여성의 39%는 "곧바로 잠들지 않고 잠깐만이라도 대화를 했으면…"이라고 응답했다. 80%에 가까운 여성들이 섹스 후 얘기를 나누면서 여운을 즐기고 싶어하지만 대부분의 남성들이 사정 즉시 돌변하는 바람에 기분을 잡친다고 토로하고 있다.




"나는 끝나고 나서 눈을 감고 여운을 음미하고 싶거든. 그런데 옆에 누운 이는 배려한답시고 감기 걸린다며 빨리 씻고 옷 입고 자라는 거야. 인정이 넘쳐 탈이야." 이 역시 과잉 배려의 문제가 아니라 섹스 매너에 대한 기본이 안 돼 있는 데서 생기는 문제다.


연애할 때는 온갖 감언이설과 사랑의 제스처로 여자를 유인하던 남자가 막상 결혼하고 살다 보면 사랑 표현에 인색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내들은 '아! 옛날이여'를 속으로 부르며 불만을 키워 간다.


남편들의 이런 '무매너'는 무지보다는 태만과 오만의 소산이라고 봐야 한다.


일단 결혼하고 나면 '이젠 내 여잔데…' 하고 지나치게 안심(?)하는 게 예나 지금이나 남성들의 속성이다. 신세대 신랑들은 예전 같지 않다고 하지만 필자의 상담 경험으로는 신세대들도 예상 밖으로 잠자리 매너는 이전 세대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중년에 접어들수록 섹스 역량(?)이 떨어지는데 매너까지 나빠지면 상대는 정말 정나미가 떨어진다. 문제 해결은 전적으로 남성의 반성에서 출발해야 한다.


'상품 품질이 예전보다 못하면 애프터 서비스라도 향상시켜야 고객이 떠나지 않는다.'


이는 하필 비즈니스 세계에서만 통하는 철칙이 아니다. 침대에서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중년 남성들은 명심해야 한다. 나이 들어 너무 삶은 오뎅처럼 늘어지고 기운이 빠졌다면 사정 후 애프터 서비스라도 제대로 하라는 얘기다. 그렇지 않으면 밥상보다는 구박을 더 많이 받을 것이다. 그래도 못 고치면 고객은 떠날 것이다.


성경원 한국성교육연구소 대표 sexeducati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