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양극화 및 저출산 대책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각종 근로자 저축 세혜택을 가장 먼저 폐지·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함에 따라 근로자들은 앞으로 연간 8000억원가량의 세금을 더 내게 생겼다. 정부는 경제 및 시대 상황이 바뀌어 과거 개발연대부터 이어진 각종 저축 장려책이 없어지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근로자들이 상대적으로 조세 저항이 가장 약한 계층이란 점을 정부가 고려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때문에 근로자는 '유리 지갑'인 동시에 역시 '봉'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어떤 지원책 없어지나 재정경제부는 올해 시한이 만료되는 55개 비과세·감면 혜택 중 근로자 저축 관련 4개 부문의 세혜택을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장기주택마련저축 이자소득 비과세 △장기보유 우리사주조합 배당소득 비과세 △장기보유주식 배당소득 비과세 및 원천징수 특례 △펀드의 증권거래세 면제 등이다. 정부가 지난해 부여한 세혜택의 규모는 △장기주택마련저축 324억원 △우리사주조합 28억원 △장기보유주식 50억원 △펀드 증권거래세 792억원 등 총 1194억원이다. 정부는 여기에다 향후 일몰이 돌아오는 다른 근로자 재산형성 관련 금융상품의 비과세·감면도 순차적으로 없애기로 했다. 이처럼 향후 세혜택이 없어질 근로자 저축 장려책은 세금우대종합저축 이자소득 저율과세(2005년 기준 2373억원),장기저축성보험 이자소득 비과세(3167억원),개인연금저축 이자 및 배당소득 비과세(557억원) 등 8000억원에 이른다. ◆근로자는 역시 '봉' 정부 관계자는 "근로자 저축 장려책은 경제개발 시대 산업자금 조성을 위해 부여되기 시작한 것"이라며 "시중 부동자금이 400조원을 웃돌고 기업들도 자금이 남아도는 상황에서 이 같은 장려책을 유지할 이유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세금을 많이 내야 할 부유층 가운데 비과세 금융상품을 활용해 세테크에 나서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근로자 관련 세혜택을 줄이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용이하다는 점이 이런 선택을 가능하게 만들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국회에 제출한 조세지출 보고서에서 근로자 지원 제도의 목적을 '중산층 지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금까지의 태도를 바꿔 근로자 저축 세혜택을 통한 중산층 지원을 포기하면서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는 발상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