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펀드,소버린자산운용,헤르메스자산운용.이들은 우리나라에 투자한 대부분의 외국계 자본과는 전혀 다른 행태를 보인 공통점을 가졌다. 기업구조조정의 '전도사'인 양 자신들을 포장해 투자한 국내 기업에 온갖 요구를 해댔다. 심지어 적대적 기업인수합병(M&A) 위협도 서슴지 않았다. 주가가 올라 시세차익이 생기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입을 다물고 거액을 챙기는 전형적인 투기펀드의 모습을 보여 줬다. 국내 주식시장을 뒤흔든 이들에 대한 대응과 처리는 그러나 제각각이었다. 보유중인 SK텔레콤 주식을 SK그룹 계열사들에 되팔아 1조원대(환차익 포함)의 시세차익을 챙긴 타이거펀드는 그린메일(지분매집 후 대주주에게 고가에 되파는 행위) 의혹을 받았지만 누구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SK㈜의 지분 14.99%를 인수해 경영권 분쟁을 벌이다 2년여 만에 지분 전량을 매각해 8000억원대의 차익을 거둔 소버린.산업자원부는 주식 취득과정에서 외국인투자촉진법 위반혐의로 소버린을 고발했지만 검찰은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덕분에 제임스 피터 당시 소버린 대표는 검찰의 불기소 처분 이후 국내에 들어와 본격적인 공세를 펼 수 있었다. 이번에는 헤르메스 차례.헤르메스는 한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삼성물산에 대한 적대적 M&A 지원 의도를 흘린 뒤 보유중인 주식 5%를 전량 매각,292억원의 시세 차익을 챙겼다. 전 펀드매니저의 단독범행으로 결론짓고 73억원의 벌금형으로 끝나기는 했지만 검찰은 약식기소를 통해 '외국인도 처벌할 수 있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검찰의 이번 조치에 대해 재계는 '진일보했다'며 반기고 있다. 내국인이건 외국인이건 잘못이 있으면 처벌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나아가 재계는 이번 기회에 그동안 제기되던 내국인과 외국인 간 역차별도 해소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선진 금융기법과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운 외국계 펀드에 맞서 힘든 싸움을 벌여왔다. 언제쯤이면 우리 기업이 똑같은 조건에서 외국계와 '한판' 붙을 수 있을까. 정태웅 산업부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