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원·달러 환율 급락세와 유가급등 등 대내외 악재에 대처하기 위해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현대차그룹은 26일 비상경영 체제 돌입을 선포하고 경영전략추진실을 신설하는 등 조직도 비상관리 체제로 개편했다.


현대차그룹은 또 기존 기획총괄본부와 감사실의 기능을 대폭 강화,투명경영의 기반을 더욱 공고히 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위해 이전갑 감사실 담당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켜 경영전략실과 기획총괄본부,감사실을 총괄하도록 했다.


또 정홍식 감사실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켜 감사실 담당에 임명했다.


현대차의 지난해 실적 발표일인 26일 아침 모든 팀장들에게 긴급명령이 하달됐다.


앞으로 매일 오전 8시 업무 시작 전 10분간 팀원들을 모아놓고 비상경영체제 돌입에 따른 행동요령 등에 대한 정신교육을 하라는 것.현대차그룹의 위기의식이 얼마나 긴박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환율충격' 장난이 아니네


현대차는 작년 순이익이 사상 처음 2조원을 넘어섰지만 잔칫집 분위기를 찾아볼 수 없다.


지분법 평가이익 덕택에 순이익은 늘어났지만 매출과 영업이익은 오히려 뒷걸음질쳤기 때문이다.


더구나 올해는 연초부터 환율급락세가 심화되면서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마저 팽배하다.


작년 말 기준으로 현대차의 해외 수출비중은 66.5%.해외공장 판매분까지 합치면 75.6%에 달해 환율하락은 직격탄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원화가치가 미국 달러화에 비해 100원 오르면 현대·기아차의 매출과 순이익은 각각 2조원과 7000억원가량 줄어든다.


한국증권 서성문 연구원은 "현대차의 경우 원·달러 환율이 970원 밑으로 떨어지면 판매단가를 높여도 실적악화를 만회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비상경영은 실제상황


현대차그룹이 비상체제로 돌입한 이면에는 겉으로 드러난 대외 악재 외에 보다 '절박한 위기의식'이 깔려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 같은 시각은 현대차그룹의 공격경영 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것 아니냐는 업계 일각의 우려와도 맥을 같이한다.


실제 현대차그룹 내부에서도 '속도 조절론'에 대한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현대차그룹은 △일관제철소 건립 △현대차 체코 공장 및 기아차 미국공장 착공 △베이징현대차 제2공장 착공 △현대차 중국 상용차 공장 건립 △현대차 인도2공장 착공 △㈜만도 인수 등 굵직한 투자사업에만 10조원이 넘는 자금을 쏟아부어야 할 상황이다.


전문가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투자'라는 입장 속에서도 정작 '타이밍'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도 한꺼번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이다.


세계 주요 자동차업체들의 저가할인 경쟁 탓에 '황금시장'이었던 미국과 중국에서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점도 고민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경영여건 때문에 현대차가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삼성증권 김학주 자동차팀장은 "도요타 등 일본 업체들은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말까지 세 차례의 엔고(高) 현상을 견뎌내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면서 "현대차도 환율과 고유가 등의 난제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시험대에 올랐다"고 말했다.


◆경영전략실의 역할은


이번에 신설된 경영전략추진실은 비상경영체제의 지휘 사령탑이다.


안팎의 경영환경을 분석하고 대처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진행상황까지 점검하는 역할을 맡았기 때문이다.


또 그룹의 중장기 사업계획과 미래 비전 달성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전략기획도 맡게 된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