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의 집요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스크린쿼터(국내영화 의무상영일수)를 줄이기로 방침을 정한 것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그만큼 절박한 사안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마냥 협상을 늦출 경우 한·미 FTA 자체가 물 건너갈 우려가 높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미국측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데다 실제 협상 과정에서 영화계뿐만 아니라 농민들의 반발도 예상돼 한·미 FTA를 둘러싼 마찰은 한동안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한·미 FTA 협상 개시할 듯


정부는 다음 달 2일 '한·미 FTA 추진 공청회'를 연 뒤 곧바로 대외경제장관 회의를 개최해 미국과의 FTA 협상을 공식화할 방침이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언제부터 협상을 시작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양국 간 FTA 협상을 위해서는 최소 1년 이상의 시일이 필요하고 미국측의 협상가능 시한이 빠듯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양국 간 FTA 협상 개시 공식 선언은 2월 안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미국 의회가 행정부에 위임한 신속협상권(TPA)이 사실상 내년 3월 말로 끝나는 데다 미 행정부가 FTA 협상 개시를 선언하면 의회에서 3개월간 관련 절차를 밟아야 하므로 실제 남아 있는 협상 기간은 1년도 채 안 되기 때문이다.


미국측으로부터도 협상 개시가 임박했음을 감지할 수 있는 신호들이 나오고 있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미 무역대표부(USTR) 관계자는 25일(현지시간)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많은 진전을 이뤘다"며 "(한·미 양국이 협상 개시) 합의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미 FTA 효과


한·미 FTA가 체결되면 농업 부문을 제외하곤 전체적으로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가 클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한·미 FTA 체결로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1.99% 늘어나고 일자리는 10만여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밖에 국가 신용등급 및 대외신인도 향상에 따른 외국 기업의 투자 확대,국제 조달금리 인하 등의 효과도 기대된다.


◆넘어야 할 산 많다


정부가 한·미 FTA를 원만히 타결 지으려면 무엇보다 영화계의 반발을 우선 해결해야 한다.


영화인들은 연간 100여편을 제작하던 멕시코 영화업계가 미국과 FTA를 체결한 후 연간 10여편만 제작할 정도로 몰락했듯 스크린쿼터가 축소되면 한국 영화업계도 크게 위축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농민들의 반대도 협상을 좌우할 중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