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서울시청 출입기자 e메일로 보도자료가 들어왔다. 최근 정부가 지방자치단체로 위임된 재건축 승인 권한 일부를 환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에 대해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가 입장을 발표한다는 내용이었다. 재건축 승인권을 놓고 정부와 서울시·경기도가 한 차례 격돌한 상황이어서 이목이 집중됐다. 26일 서울 프레스센터 19층. 30여명의 기자들이 취재를 위해 모여들었다. 하지만 회견장에는 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권문용 서울 강남구청장만이 모습을 드러냈다. 다른 단체장은 한 명도 없었다. 행사 진행도 강남구청 소속 공무원들이 맡았다. 권 구청장은 이날 "재건축 사업 승인권을 정부가 환수하는 방안에 반대한다"며 "공급 확대를 통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강북과 강서지역의 뉴타운 사업을 먼저 시행해 강남으로 몰리는 수요를 분산시킨 뒤 강남권 재건축을 통해 서울의 전반적인 주택 공급량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구청장의 발언이 끝난 뒤 질문이 이어졌다. 초점은 이런 내용이 기초단체장들의 합의사항이냐는 것.협의회 명의로 발표된 내용 상당부분이 강남구청 입장을 대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후맥락을 파악해보니 회견문은 졸속으로 만들어졌다. 강남구청에서 회견문을 작성해 이날 오전에야 협의회 소속 자치단체장에게 e메일로 발송한 뒤 이견이 있으면 다시 e메일로 보내달라고 했다는 것. 권 구청장은 "이후 다른 자치단체장이 다른 의견을 알려오면 모두 밝히겠다"고 궁색한 변명을 했다. 권 구청장은 또 구체적인 대안을 세우기 위해 중앙정부,광역시,구청,각 정당,관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지만 이 역시 즉흥적으로 나온 것이었다. 권 구청장은 최근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래서인지 이날 회견은 협의회 이름을 빌려 개인의 선거를 준비하는 행사란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부동산 문제는 모든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사다. 그런 만큼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당국자는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 강동균 사회부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