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2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현 경제 상황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과 상반된 진단과 처방을 내놨다. 노 대통령이 화두로 던진 '양극화 해소를 위한 재정 확대'에 대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고,정부 스스로 허리띠를 졸라매 '작은 정부'로 가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며 '큰 정부론'을 반박했다. 특히 경제 해법으로 감세정책을 제시,현 정권의 재정 확대 방침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나섰다. 앞으로 감세-증세,양극화 해법,정부 규모 등을 둘러싼 여야의 첨예한 격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양극화 주범은 현 정권 박 대표는 노 대통령이 양극화 해소를 강조한 것에 대해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국민을 편 갈라 국론 분열을 야기하고,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하고 있다"고 정면 비판했다. 또 "현 정부 집권 3년 동안 30년 만의 세계적인 대호황에도 불구,우리는 경쟁국에 비해 가장 낮은 성장률에 머물렀다"면서 "양극화의 주범은 현 정권이 지난 3년 동안 만들어 놓은 경제 불황"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지난 3년간 성장 엔진은 꺼지고,일자리가 사라지고 민생은 비참한 지경이 됐다"면서 노 대통령의 낙관적인 경제 인식도 비판했다. 그는 "현 정부의 각종 규제와 반시장·반기업 정서,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투자 부진의 근본 원인"이라면서 "이 같은 사회적 불안을 해소하지 않고는 어떤 정책을 써도 경제가 살아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이 신년 회견에서 "당장 증세를 주장하지 않겠다"고 말한 데 대해서는 "불과 1주일 만에 말을 바꾸는 대통령의 모습이 경제·사회 혼란의 근원"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감세·규제혁파로 경제 살려야 박 대표는 양극화 해법으로 '감세정책'과 '작은 정부 구현'이라는 방안을 제시했다. 박 대표는 또 "분배보다는 성장 위주의 정책을 통해 경제를 살려야 10년 안에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열 수 있다"면서 "성장동력을 키우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는 경제정책으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노 대통령이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낮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국가 재정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오늘의 선진국과 단순 비교해 세금 인상의 근거로 삼겠다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인 시점의 조세부담률을 비교하면 우리가 미국 일본보다 더 높고,다른 선진국에 비해서도 결코 낮지 않다는 것이다. 기초연금제와 감세정책이 모순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기초연금제가 도입되면 노인들에게 지급되는 교통수당,경로연금 등을 지급하지 않게 된다"면서 "또 국민연금 보험료율이 인하되면 부담이 줄어들고,소득 구간의 최대 한도를 더 높이고 세분화하면 많은 재원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재정 부담 증가는 그리 크지 않다"고 반박했다. ◆큰 정부는 구시대 사회주의 유물 박 대표는 "정부는 세금폭탄과 국채발행을 논하기 전 혈세 낭비를 없애고,스스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며 '큰 정부론'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현 정권 들어 살찐 곳은 정부뿐"이라며 "민간기업이라면 진작에 망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