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가는 길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부모님이 계시고 어릴적 추억도 기다리기 때문이지요. 순하디 순한 누렁이도 생각나는군요.


뿔뿔이 흩어졌던 친구들을 만날 약속도 맘을 설레게 합니다.


이번 설에는 고스톱을 쳐서 두둑히 용돈을 딸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요. 그런데 길이 막힙니다.


그럴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막혀도 너무 막힙니다. 슬슬 엉덩이가 쑤시고 짜증이 나려고도 합니다.


라디오에선 고향까지 앞으로 몇 시간을 더 가야할 지 모르겠다며 속긁는 소리를 합니다. 핸들을 잡은 버스기사 아저씨, 엄마 아빠가 힘들지는 않을까요.



어쩌겠습니까.


그냥 빨리 가는 것을 포기하고 느긋하게 기다릴밖에요. MP3볼륨을 높이고 차창밖 풍경도 좀 볼까요.


저런, 저기 저 자가용은 고장이 났네요. 아저씨 표정이 울그락불그락 굉장하네요.


저 아저씨는 차가 얼마나 밀리는 지 망원경을 보고 있어요.


막힐 때를 틈타 잽싸게 등장한 호두과자 판매상은 오늘 대목을 맞았을까요.


아이가 꽤나 급했나 봅니다. 오줌 뉘는 아주머니는 그러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표정이지만 어쩔 수 없이 아이 바지를 내립니다.


전용차선으로 쌩쌩 달리는 버스안 가족의 표정을 보면 고향에서 기다리실 할머니 할아버지 얘기를 하는 모양입니다.


휴게소에선 방송국에서 나와 설 교통상황을 생중계하고 있네요.


혹시 TV화면에 얼굴이 비칠지 모르니까 환하게 이빨을 드러내며 '김∼치'. 저기 저 교통경찰 아저씨 오늘을 한번 봐주면 안될까요.


오늘은 명절 그중에서도 설이잖아요.


이제 좀 느긋해졌나요. 고향을 찾아가는 이웃들의 표정도 편안해진 것 같아요.


여러분은 어떤 모습인가요. 한번 찾아보세요.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