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의 후예들이 이스라엘에 진출했다.


한국인들의 방문이 드문 이스라엘 성지를 돌아다니며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그림으로 나타낸 '그림지도'를 펴낸 비틀맵의 이균호 팀장(38),서용철 대리(32),최진희 기자(29) 등이 주인공이다.


이들이 지난해 11월 내놓은 지도는 독특하다.


일단 축척이 없다.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법한 관광명소의 경우 크게 그렸고 무시해도 좋은 지역은 대략적인 모양만 그려넣었다.


지도 곳곳에는 역사와 문화를 보여줄 수 있는 장치들이 숨겨져 있다.


역사적인 사건이 있었던 장소에는 해당 인물의 캐리커처가 그려져 있다.


이스라엘은 성지가 많은 만큼 예수 그리스도와 그 제자들 그림이 많다.


지역 특색을 표현한 캐리커처도 있다.


예컨대 유목생활을 하는 소수 민족인 베두인족 거주지는 아랍인과 텐트 그림으로 표현돼 있다.


지도와 가이드북 옆에 들어갈 사진을 찍는 등 지도제작을 총괄해온 이 팀장은 이스라엘 그림지도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이스라엘 지도의 경우 종교라는 테마를 가지고 여행에 나서는 사람들을 겨냥해 예수 그리스도가 경험한 것들을 그림으로 표현해 덧붙였습니다.


가이드북을 따로 읽지 않아도 지역이 갖는 인문학적 배경을 알 수 있도록 한 게 이 지도의 목적입니다."


그림지도와 함께 펴낸 가이드북도 색다르다.


가이드북은 예수 그리스도의 일생을 연대기적으로 배열하고 관련된 성지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편집돼 있다.


성지에 대한 인문학적 배경설명이 숙소 식당 등 관광정보보다 더 많다.


여행 가이드북이 '종교문화사'의 역할을 동시에 하는 셈이다.


이들이 수많은 나라 중 이스라엘을 택한 이유는 두 가지다.


일단 배낭여행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이스라엘 여행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판단했다.


유럽 동남아 등은 이미 한 두번 둘러봤으니 역사와 전통이 있는 미답지를 돌고자 하는 여행객이 많아질 것으로 본 것.3명 모두 기독교인으로서 종교 성지로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도 이스라엘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였다.


지도와 가이드북의 작가 역할을 한 최 기자는 "지난해 예루살렘에서 열린 행사에 한국인 단체 관광객이 대거 참석하는 등 3만명에 가까운 한국인들이 이스라엘을 방문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여행 성수기인 7월과 8월 무렵에는 지도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지도를 만들기까지는 적잖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한국어로 나와있는 이스라엘에 대한 자료가 거의 없어 작은 길 하나까지 일일이 확인한 후에야 지도를 그리는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지역 정보를 현지인에게 묻는 과정에서 영어가 잘 통하지 않아 애를 먹었다.


이들은 종교를 테마로 한 지도를 계속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워놓았다.


요르단 터키 등 종교유적이 많고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 대상이다.


오지 여행이 힘들지 않으냐는 질문에 이 팀장은 "회사돈으로 여행을 실컷 하고 덤으로 월급도 받는데 이보다 더 좋은 직업이 어디 있겠냐"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