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의 한적한 휴양도시 다보스는 매년 이맘때 세계의 정·관·재계 지도자 2000여명이 운집한다. 올해도 25일부터 닷새간 일정으로 세계경제포럼(WEF)이 시작됐다.


1971년에 시작돼 다보스포럼으로 더 잘 알려진 이 회의를 36년간 이끌어온 인물은 클라우스 슈왑(67). 독일 태생으로 미국 하버드대 경영학 교수였던 그에게 다보스포럼 회장으로서 겪은 최고의 순간은 터키와 그리스 간 전쟁을 막아낸 것이었다.


슈왑 회장은 24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87년 터키와 그리스가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까지 갔을 때 자신이 양국 총리를 회의장으로 초청,전쟁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토록 한 것이 WEF의 최대 성과라고 회고했다.


그는 9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지도자 넬슨 만델라가 감옥에서 나온 직후 그를 클러크 전 남아공 대통령과 함께 WEF의 단상에 세운 일이 두 번째로 의미있는 일이었다고 덧붙였다.


최악의 순간은 2001년 회의. 당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평화협정 서명이 마지막 순간에 무산된 일이었다.


슈왑 회장은 시몬 페레스 당시 이스라엘 외무장관과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간에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정지작업을 모두 마치고 다보스에서 선언토록 할 예정이었지만 아라파트가 갑자기 회의장에서 정반대의 연설을 하는 바람에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36년간 한 자리를 지켜온 그는 곧 물러날 뜻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자신을 대신할 새로운 운영진을 세울 계획이라며 6∼7명의 이사들로 구성된 이사회를 통해 WEF를 이끌어가는 새로운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문호를 개방해 지역별·산업별 이슈를 포함한 전세계적 관심사에 대해 논의의 장을 마련한 것이 WEF의 성공 요인이었다"고 밝혔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