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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계민 칼럼] '작은 정부'가 일 잘하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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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계민 < 본사 주필 > '정치는 곧 비즈니스다.' 지난 1986년 노벨상을 수상한 경제학자 제임스 뷰캐넌(J. M. Buchanan)이 제창한 공공선택학파 이론의 키워드다. 기업가가 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듯 정치가와 정부관료 등 정치적 비즈니스맨들 역시 권력의 극대화와 선거에서의 승리만을 추구하는 이기적 동물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이익집단의 정치적 압력을 받는 정부의 정책개입이 항상 현명한 선택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지난 18일 노무현 대통령은 연두연설에서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이런 언급을 했다. "우리나라의 공공서비스분야 종사자는 선진국의 60% 수준에 불과합니다. '작은 정부'만 주장할 게 아니라,이 분야에서 안정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서 대국민 서비스 품질과 국민 삶의 질을 높여 나가야 합니다." 공무원 수를 줄이는 감량(減量) 위주의 작은 정부보다 국민이 필요로 하는 공공서비스를 제대로 공급하는 '일 잘하는 정부'를 지향하고 있다는 게 그동안 참여정부가 일관적으로 주장해온 논리다. 노 대통령의 언급도 이 범주를 벗어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런데 한번 따져보자.공공서비스의 확대는 꼭 공무원을 늘려야만 가능한가. 정부의 비능률을 줄이고 불필요한 조직을 정비해 새로운 서비스 수요를 충당하는 방법은 없는가. 역대 정부가 항상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올려놓는 과제가 하나 있다. 규제철폐가 그것이다. 규제를 없애면 공무원들의 일거리가 줄어든다. 공무원 숫자를 늘리지 않아도 새로운 업무를 더 맡길 수 있게 된다. 이는 공공서비스 확충을 위한 가장 모범적인 답안이다. 반대로 공무원 숫자를 늘리면 규제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늘어난 공무원들이 새로운 일거리를 확보해야 하니까. 결과는 행정의 비능률 조장이다. 행정효율을 높이는 것도 공공서비스를 늘리기 위한 유효한 방법이다. 역대 정부는 예외없이 유사중복업무로 얽힌 부처의 통폐합을 얘기해 왔다. 하지만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지금 오히려 '중복의 문제'는 더 심각하다. 부처이기주의가 팽배해 있는 상황을 그대로 두고 공공서비스를 확대하려다 보면 민간에 대한 간섭만 2중 3중으로 늘어난다. 세계 최고의 전자정부를 구현했다고 오래전부터 야단법석이었지만,행정 전산화로 사람이 줄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전자정부의 구현이 사람 줄이는데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닐 테지만 인력운용의 절감도 당연히 나타나야 할 효과 가운데 하나다. 참여정부 들어 걸핏하면 생겨나는 것이 각종 위원회다. 위원회공화국이란 말이 나돌 정도다. 복수차관제 등 고위직은 물론이고 국가공무원 정원을 늘리는 직제개정안은 수시로 발표됐다. 공기업 민영화는 말조차 꺼내기 쑥스러울 정도로 후퇴했다. 이 역시 '일을 잘하기 위한 것'을 명분으로 하고 있다. 과연 옳은 판단인가. 무슨 일이든 정부가 계획하고 맡아서 추진하는 것을 정부의 '일 잘하는' 기준으로 삼는다면 그 종착역(終着驛)은 어디가 될까. 한마디로 결론은 이렇다. 작은 정부는 우리 현실에서 아직도 지고(至高)의 선(善)이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공무원을 늘리겠다는 발상은 참으로 위험천만이다. 얻는 것 보다 잃는 것이 더 크니까. 정부가 작은 정부를 지향하겠다고 아무리 강조해도 그 결과는 항상 조직이나 인원이 늘어난 '큰 정부'였던 게 지난날의 경험이다. 하물며 '작은 정부'보다 '일 잘 하는 큰 정부'가 더 낫다고 정부 스스로 표방하고 나서는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물어보나마나다. '개입하는 정부''군림하는 정부''비대한 정부'로 가는 것은 시간 문제다. 지금 우리는 무엇보다 일 잘하는 민간을 만드는 것이 더욱 시급한 과제다. '작은 정부가 일 잘하는 정부'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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