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3국을 대표하는 리눅스 운영체제(OS) 기업들이 OS 시장에서 미국 유럽 업체들이 끌려가지 않기 위해 뭉쳤다.한국 한글과컴퓨터,중국 홍기소프트웨어,일본 미라클리눅스 등 리눅스 컨소시엄 '아시아리눅스'를 2년 이상 운영해온 3사는 20일 중국 베이징에서 조인식을 갖고 리눅스 합작법인을 설립키로 했다. 한·중·일 3사가 컨소시엄 단계를 넘어 합작법인을 설립키로 한 것은 아시아 리눅스 시장을 노리는 미국 레드햇,유럽 노벨수세리눅스 등에 맞서기 위해서다.PC OS를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에 종속된 터에 서버 OS까지 넘겨줄 수는 없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3사는 4월께 '아시아눅스 코퍼레이션'이라는 합작법인을 베이징에 설립키로 했다. 합작법인의 자본금은 80만달러이며 지분은 홍기소프트웨어가 50%,한컴과 미라클리눅스가 각각 25%씩 갖는다. 또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은 홍기소프트웨어 크리스 자오 사장이 맡고,한컴 백종진 사장과 미라클리눅스 사토 다케시 사장은 공동 부회장을 맡기로 했다. 백종진 한컴 사장은 "아시아눅스가 아시아 지역의 표준 리눅스로 자리잡을 수 있기 위해서는 그동안의 프로젝트 방식이 아니라 실체(법인)가 필요하다"며 "합작법인 소재지로 중국을 택한 것은 IBM 델컴퓨터 HP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들의 아시아 본부와 연구소가 밀집해 있어 기술영업과 마케팅에 용이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3사는 아시아눅스 코퍼레이션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 미국 나스닥에도 상장시킬 계획이다. 한컴 관계자는 "상장 시기를 거론하기는 이르지만 순조롭게 진행되면 내년 정도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시아눅스는 2003년 말 한컴,홍기소프트웨어,미라클리눅스 등 3사의 리눅스 개발 프로젝트로 시작됐다. 지난해에는 3국이 공동개발한 서버용 리눅스 OS인 '아시아눅스 2.0'이 처음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동안에는 3사가 각자 판매한 제품에 대한 수익을 그대로 가져가는 식으로 운영됐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3사가 공동법인을 설립키로 한 것은 이 같은 태생적 한계에서 비롯된 이전투구식 경쟁체제에서 벗어나 리눅스 시장에서 아시아눅스의 역량을 제대로 키우기 위해서다. 앞으로 아시아눅스 제품에 대한 라이선스는 모두 합작법인인 아시아눅스 코퍼레이션이 소유하게 된다. 3사는 각자 판매 수익에 대한 로열티를 아시아눅스에 지불하게 된다. 3사의 합종연횡은 세계 리눅스 업계의 '양강'인 레드햇이나 노벨에 맞서 아시아 시장을 지키기 위한 행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2004년 기준으로 세계 서버용 OS시장에서 리눅스는 시장점유율 10%대로 윈도(35%),유닉스(33%) 진영을 위협하고 있다. 이 시장에서 레드햇과 노벨의 점유율을 합치면 60%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이제 아시아로 눈을 돌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차적으로는 MS라는 거대한 적이 있고,리눅스의 경우에는 레드햇과 노벨이 미국과 유럽에서 막강한 파워를 과시하고 있어 이들과 맞서려면 3사가 힘을 합치는 게 당연하다"며 "제품과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영업과 마케팅에서 치밀한 전략을 구사해야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