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프랑스에서 출간돼 유럽과 미국에서 반향을 불러일으킨 장편소설 '사라진 도시 우루아드'(전2권,양영란 옮김,현대문학)가 번역돼 나왔다.


프랑스 작가 장 크리스토프 이사르티에(40)가 쓴 이 작품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종교갈등이나 경제이권 문제가 아니라 수메르 문명의 비밀에 얽힌 전쟁으로 해석한 고고학 스릴러. 5000년 전 미라와 생명연장,복제인간 등 고고학·유전공학 영역을 넘나드는 과학소설이자 역사적 사실과 소설적 허구를 절묘하게 엮은 팩션(fact+fiction)의 백미로 꼽힌다.


이 소설은 국내에 번역되기 전 예약판매부터 이뤄졌다. 지난주 서점에 깔린 뒤 독자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교보문고 등 대형서점의 매절(반품없는 조건으로 한꺼번에 대량주문) 행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작가는 '상상력이란 점차 현실이 돼가는 것을 가리킨다'는 앙드레 브르통의 말을 인용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라크 전쟁이 벌어지기 전인 2001년. 이라크의 두 고고학자가 유럽연합 지원으로 수메르의 우루아드 유적발굴에 나서 인류 문명의 비밀을 풀어줄 홀로그램과 미라를 발견한다. 그러나 곧 미군에 의해 살해된다.


프랑스에서 이들의 발굴을 돕던 샤를르와 영국인 문헌해석가 윌리엄은 우여곡절 끝에 미라의 DNA를 분석,그들이 수 백년간 살았으며 그 중 하나는 복제인간이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그 와중에 윌리엄은 미군에 납치돼 첨단과학시설을 갖춘 사우디아라비아의 지하센터에 감금된다. 그는 우루아드에서 발굴된 거의 모든 유물을 모아놓은 그곳에서 홀로그램을 통해 고대인 '이야브'의 말을 해독하는데 성공한다.


기독교의 창조론을 뒤집는 '엄청난 발견'과 이를 은폐하려는 원리주의자들의 보복…. 소설은 샤를르가 장수유전자를 가진 복제인간을 키우는 것으로 끝난다.


작가는 "'다네프'와 유적발굴 부분은 상상이지만 나머지는 거의 사실"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우루아드에서 시작하는 3부작을 완성하고 싶은데 그 주제는 '인류의 책' 정도가 될 것입니다."


그는 어릴 때부터 고고학자를 꿈꿨고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으며 첨단기업에서 일했다. 이처럼 인문,사회,자연과학을 아우르는 '지식의 백과사전'으로 그는 고대 설형문자 해독 등 깊이 있고 폭넓은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냈다. 1991~1992년 원자력발전 관련 프랑스 기업 연구원으로 한국에 머물렀으며 5년 전 최진희의 노래 제목을 딴 시집 '사랑의 미로'를 내기도 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