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를 경험한 선수로는 조성민 정민철 정민태에 이어 네 번째로 일본프로야구 '국민 구단' 요미우리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은 이승엽(30)은 "요미우리가 한국 선수들의 무덤이었지만 잘 할 수 있다는 각오가 돼 있다. 그런 각오가 없다면 요미우리를 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이제 센트럴리그 투수들을 집중적으로 연구해 지난해보다 더 좋은 활약을 보여 주겠다"고 다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미우리로 이적한 소감은.


▲지바 롯데 마린스에 남겠다고 했는데 결국 요미우리 유니폼을 입게 됐다. 롯데에 미안한 마음도 있지만 계약이 끝나 홀가분하다. 기분도 좋다.


--계약 조건은 어떻게 되나.


▲계약금 5천만엔, 연봉 1억6천만엔 등 총 2억 1천만엔에 1년 계약했다. 구단이 집을 구해주고 세금은 내가 부담한다. 뒷돈은 없다(웃음). 옵션 등 추가 조건은 계속 논의 중이다.


--계약 내용은 만족하나.


▲롯데보다는 계약 내용이 좋지 않지만 일단 (수비수로) 뛸 수 있다는 점이 좋다. 돈을 많이 받고 이적했다면 미안했을 텐데 수비수로 뛰기 위해 내린 선택이라는 점을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협상 과정을 설명한다면.


▲요미우리로 이적할 수도 있다고 안 것은 한 열흘 정도 됐다. 일본측 대리인인 미토 시게유키 변호사가 한국에 왔을 때 얘기를 나눴다. 그 때 당시만 해도 마음은 이미 롯데쪽으로 굳어져 있었지만 결국 요미우리를 택하게 됐다.


--롯데와 결별한 이유는.


▲모든 것을 미토 변호사에게 일임해 정확한 것은 알 수 없지만 협상이 잘 안됐던 것 같다. 오늘 만나 한번 물어봐야겠다. 개인적으로는 롯데에는 후쿠우라 가즈야라는 훌륭한 1루수가 있다. 원래 1루수인 내가 출전할 수 있는 틈이 없다. 반면 요미우리는 롯데보다 경쟁 상대가 쉽다고 생각했고 2년간 롯데에서 뛰었기 때문에 새로운 환경에서 시작하고 싶다는 뜻도 강했다.


--그동안 마음 고생이 심했는데.


▲의리 문제로 고민을 많이 했다. 약속을 깬 것에 대해서는 롯데에 미안하다. 일본은 약속을 중시하기 때문에 마음에 상당히 걸렸다. 김성근 롯데 마린스 코치께도 죄송하다. 요미우리로 가면 옆에 안 계셔 많이 아쉽지만 이겨내야 하는 것이다. 어제 밤에 전화를 드렸는데 받지 않으셔서 메시지를 남겼다.


--1년 계약을 했는데 시즌 후 미국 진출을 추진하겠다는 포석인가.


▲요미우리가 먼저 1년 계약을 요구했다. 물론 최종 목표는 미국이다. 또 2년을 계약했다면 마음이 흐트러질 수도 있었다. 1년 계약을 하고 올해 못하면 끝난다는 각오로 임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 나을 수 있다.


--새 구장 도쿄돔은 어떤가.


▲지바 마린스타디움에 비해 펜스가 가까워 타구를 날리는 데 이점이 있다.


--요미우리에서 정민태 정민철 등 한국 투수들이 적응에 실패했는데.


▲투수들에게 2년이라는 시간은 짧았다고 본다. 나 또한 지난 2년간 성적이 뛰어나지는 않았으나 올해 적응한다면 지난해 보다 더 나은 성적을 올릴 것으로 낙관한다. 각오가 돼 있고 그런 각오가 없었다면 요미우리를 택하지도 않았다.


--지난해 인터리그에서 잘 쳤는데.


▲인터리그는 36게임 밖에 안돼 비중이 적은 경기였다. 이제 센트럴리그로 옮겼기 때문에 투수들을 집중적으로 연구, 완전히 일본 야구에 적응했다는 평을 들을 수 있도록 하겠다.


--향후 일정은.


▲20일 밤 8시 비행기로 돌아오고 2월 1일 스프링캠프 개막일까지 한국에서 훈련할 예정이다. 설을 쇠고 31일쯤 출국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