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폭락으로 외국인들의 향후 움직임이 주목되고 있다. 이번 폭락의 배경에는 미국 기술주의 실적 악화,일본 증시 급락 등 해외 변수가 작용한 만큼 자칫 외국인들의 매도 공세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 때문이다. 18일 외국인들은 유가증권 시장과 코스닥 시장에서 총 3375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이런 우려감을 키웠다. 하지만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의 탈(脫) 한국으로 보기에는 성급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일단 차익실현 나섰다 외국인들은 이날 유가증권 시장에서만 총 3108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3000억원 이상 순매도는 지난해 10월7일 이후 석 달여 만에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미국 정보기술(IT) 대표주인 인텔과 야후의 실적 실망감이 단기적으로 외국인들의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고 보고 있다. 일본 시장 급락도 동반 하락을 부추겼다. 또 우리나라 증시의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감이 누적된 점도 외국인 매도를 촉발시켰다. 이남우 메릴린치 전무는 "작년에 주가가 워낙 많이 오른 데다 원화 절상까지 더해져 차익 실현에 대한 욕구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운용철 리먼브러더스 전무는 "정부의 양도세 차익 과세 논란이 외국인 매도세를 부추긴 측면이 크다"며 "외국인 입장에서 보면 제일 싫어하는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이 표출됐다"고 분석했다. ◆탈한국 가능성 적다 외국인들의 투자심리 위축에도 불구하고 향후 대규모 매도 공세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정광 메리츠증권 팀장은 "외국인들의 순매도 규모가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매수 강도는 여전히 탄탄하고 한국 관련 펀드로의 자금 유입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환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상장사들의 실적호전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미국 금리 인상이 마무리되는 2~3월 전후로 매수 우위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남우 전무도 "장기 투자 외국인들은 길게 보면 필요한 조정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외국인 매도 공세가 예상 외로 길어질 수 있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임태섭 골드만삭스 전무는 "일본 증시의 추가 하락 가능성,IT주의 경기회복 지연 가능성 등이 부각되는 상황"이라며 "그동안 긍정적으로 부각되던 업종을 중심으로 매도세를 이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