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지속적인 고속성장만이 중요한 과제일 뿐 단기적 이익 관리는 부차적 문제다." 지난해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마이크로소프트(MS)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한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이 밝힌 올해 경영 화두다. 작년 한 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95%나 증가하고,나스닥 상장 14개월 만에 시가총액 1000억달러를 돌파했지만 여전히 그의 머리에는 '성장'이라는 단어가 자리를 잡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8일 내놓은 '2006년 글로벌 기업 동향' 리포트에서 "올해는 글로벌 기업 간의 '메가 컴피티션(Mega-Compitition·대경쟁)'이 지난해보다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글로벌 기업들은 올해의 화두로 '공격적 성장전략'을 채택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기업들의 성장 중시 전략은 최고경영자(CEO)들의 최근 발언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구글의 부상으로 IT업계 지존의 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MS의 빌 게이츠 회장은 최근 "MS는 이미 일부 핵심기술에서 후발주자이며,빠르게 변화하지 않으면 매우 위험하다"며 직원들에게 신발끈을 고쳐 맬 것을 주문했다. 미국 유통업계의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월마트의 리 스콧 회장은 "월마트는 세계 최대의 소매기업이지만 아직 글로벌 소매시장의 3%를 점유하는 데 그치고 있어 더욱 성장이 필요하다"며 세계 시장 석권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3년에 걸친 구조조정으로 일본 제조기업 중 'V자 회복'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히는 마쓰시타의 나카무라 구니오 사장은 "마쓰시타가 비록 궁지에서 벗어났지만 여전히 위기상황임을 유념해야 한다"고 지속적인 성장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전통적 강자들도 후발 주자들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한 성장 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제프리 이멜트 GE회장은 "GE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이미 보유한 경영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서 미래 성장 분야를 선정하고 육성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몇 년간 실적악화로 자존심을 구긴 소니의 하워드 스트링거 회장은 "소니는 IT기술과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결합한 복합영역에서 성장 동력을 창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기업들의 성장 전략은 단순히 수사에 그치지 않고 공격적인 투자와 합종연횡 등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GM 크라이슬러 BMW 3사는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기술을 견제하기 위해 작년 9월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고,인텔은 잠재 기업 발굴과 육성을 위해 인도에 테크놀로지 펀드를 설립했다. 문지원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그동안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한국 기업들도 다시 공격경영 기조로 복귀해 글로벌 기업과의 무한 경쟁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