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재정역할 강조는 '票心' 겨냥 ‥ KDI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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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정부가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는 것은 각종 선거에서의 '표심(票心)'을 겨냥한 측면이 있다는 비판을 제기해 주목된다.
KDI는 17일 내놓은 '재정정책의 경기조절 역할에 대한 실증적 연구' 보고서에서 1987년 민주화 이후 선거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재정정책 집행에서도 다수의 국민으로부터 표를 얻기 위한 정책적인 노력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민주화 이후에는 경기가 나빠질 때 발생하는 정치적 압력 또한 커지기 때문에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불필요한 재정지출을 늘릴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가뜩이나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이 같은 정치적인 고려까지 더해져 재정적자 규모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다.
이 같은 경향은 정부가 매년 국회에 제출한 예산제안서에 고스란히 나타나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민주화 이전인 80년대에는 건전 재정기조 유지를 강조하는 내용이 많은 반면 90년대부터는 건전재정의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는 경향이 많았다는 것이다.
예컨대 87년 이전 예산제안서에는 '재정수지 건전화(82년)','정부재정 수요 최대 억제(83년)' 등의 표현이 단골로 등장하고 있으나 90년대 이후에는 '신한국 창조를 위한 재정의 역할 강화(93년)','경제여건 변화에 대응한 적극적인 재정 운용(2004년)' 등이 강조되고 있다.
이런 점은 재정정책의 경기 대응도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87년 이전에는 경기가 나쁠 때는 재정지출 규모를 늘리고,경기가 좋을 때는 지출 규모를 축소하는 식으로 재정정책이 경기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했으나,87년 이후에는 이런 관계가 약화됐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민주화 이후 이해집단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설령 경기가 좋더라도 정부가 필요 이상으로 지출 규모를 늘렸을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