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틀렸소.과거 애플컴퓨터를 무시했던 발언을 취소하시오.'


뉴욕 증시에서 최근 기술주의 대장주로 떠오르고 있는 애플컴퓨터의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브 잡스가 경쟁사인 델컴퓨터의 마이클 델 회장에게 이같이 말하며 경쟁 우위에 올라섰음을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한때 경영위기에 빠진 애플컴퓨터에 대해 "회사 문을 닫으라"고 일갈했던 델 회장에 대해 보란 듯이 회생한 애플컴퓨터의 위상을 인정하라고 압박을 가한 것.잡스는 지난 주말 애플컴퓨터의 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마이클 델의 애플컴퓨터 미래에 대한 예측은 보기좋게 빗나갔다"며 "애플컴퓨터는 이제 시장에서 델컴퓨터보다 확실히 우위에 섰다"고 선언했다.


실제 지난 13일 현재 애플컴퓨터의 시가총액은 721억달러로 델컴퓨터(719억달러)보다 많아졌다.


단순주가로는 85.59달러로 델컴퓨터의 30.58달러보다 2.8배나 높다.


단순주가로나 시가총액에서 애플은 경쟁사인 델을 확실히 앞지른 셈이다.


그러나 지난 97년 말만해도 상황은 완전히 반대였다.


경영 위기에 허덕이던 97년말 애플의 주가는 13.13달러로 델의 주가 84달러의 6분의 1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을 바꿔놓았으니 잡스의 선언은 나름대로 상당한 일리가 있다.


잡스와 델의 구연은 바로 97년에 시작됐다.


97년 델 회장은 수천명의 전문가들이 참석한 컨퍼런스에서 "애플을 회생시킬 수 있는 대안으로 무엇이 있을까"라는 질문을 받았다.


델 회장은 "나 같으면 당장 회사 문을 닫고 남은 돈을 주주들에게 골고루 나눠줄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애플컴퓨터에 대해 '사망선고'를 내렸다.


당시는 지난 76년 애플컴퓨터를 세웠던 잡스가 애플을 떠났다가 재합류했던 시점.잡스는 이 말을 듣고 절치부심,칼을 갈아왔다.


이런 노력은 아이팟신화를 통해 현실화됐다.


애플컴퓨터의 주가는 주식분할을 감안할 경우 작년 한햇동안 123.3%나 올랐다.


올 들어 지난 13일까지도 19.1% 상승했다.


반면 델컴퓨터는 작년 한햇동안 28.9% 하락했다.


올해는 2.1% 상승했으나 애플에는 명함도 못 내밀 처지다.


월가에서는 애플컴퓨터와 델컴퓨터의 위상변화의 핵심요인으로 CEO의 '변화에 대한 의지'를 꼽고 있다.


변화를 추구한 잡스 CEO의 의지가 상대적으로 현실에 안주하는 듯한 델 회장을 따돌렸다는 분석이다.


잡스는 복귀 이후 아이팟사업부를 신설하고 컴퓨터사업부를 회생시켰다.


그후 아이팟은 세계적인 히트상품으로 자리잡았다.


컴퓨터부문도 약진을 거듭,잡스가 지난 10일 '2005맥 월드(Macworld) 컨퍼런스'에서 인텔 칩을 채택한 데스크톱과 노트북PC를 공개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를 바탕으로 애플은 작년부터 올해까지 뉴욕증시의 대장주로 군림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잡스 CEO의 델 회장에 대한 '망언 취소 요구'에는 미래에 대한 자신감도 깔려 있다.


어떻게 미래의 변화를 꿰뚫고 그에 우선적으로 대응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위상은 변화무쌍할 수 있다는 것을 잡스 CEO는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