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리모델링‥하종선 <현대해상화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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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선 < 현대해상화재 사장 jason@hi.co.kr >
옛날 인상깊게 보았던 TV 프로그램 중의 하나가 리모델링을 소재로 한 것이었다.
불편한 생활을 하는 장애인 가족이나 가정형편이 어려운 사람의 집을 무료로 개조해주는 내용이었다.
드라마보다 즐겨 보았던 이 프로그램은 협소하고 낡은 공간들이 마치 마술에 서 보이는 것처럼 최고급 인테리어의 멋진 집으로 탈바꿈하는 모습으로 나를 놀라게 했다.
최근 새롭게 복원된 청계천과 리모델링을 거쳐 말끔하게 단장된 주변의 건물,리모델링으로 새롭게 변한 필자의 광화문 사옥을 보면서 리모델링이 과거의 모습을 모두 헐어버리고 새로 짓는 것보다 훨씬 더 편리하고 아름다워질 수도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한정된 가용자원과 주어진 틀을 유지하면서 감동을 줄 수 있는 요인은 결국 '아이디어'와'가치의 반영'이라고 생각한다.
이 두 가지에 따라 결과는 좋을 수도 있고 나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리모델링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건축물들은 그 안에서 생활하는 구성원들이 편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애초부터 그들의 입장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구하고 설계되었기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다양한 변모는 결국 가치의 선택이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청계천 복원은 서울의 리모델링이고 국가균형발전은 한반도의 리모델링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비록 좁은 공간일지라도 가족이 편하게 생활할 수 있음으로써 효용을 극대화시킨다면 작은 집 하나의 리모델링을 통해서도 충분한 가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최신식 설비를 갖추고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첨단기술의 반영도 중요하다. 그러나 변모를 통해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해야 할 구성원들의 편익을 고려한 따뜻하고 진심 어린 배려가 담긴 리모델링이야말로 더욱 값진 것이라 생각한다.
회사를 방문한 외국 손님들이 내외부의 건물 구조 등을 보고 나서 크게 감탄하는 것을 보면 리모델링이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충분히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리모델링으로 분위기를 바꾼 좋은 건물은 쾌적한 사무공간을 통해 직원들의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솟아나게 할 것이다. 이러한 직원들의 만족도는 고객들에게 한 차원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밑천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리모델링은 노후한 건축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사람에게는 마음과 정신의 리모델링이 필요할 것이고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는 기업에는 기업문화의 리모델링이 요구될 것이다.
화려하게 바뀌는 외관상의 리모델링 뿐만 아니라 내면적인 리모델링이 전 사회적으로 많아졌으면 좋겠다.
우리 내면의 삶이 더 풍요로워지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갈수록 양극화가 심해지는 시점에서 개인이나 기업 모두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의 리모델링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