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주의자였고 레지스탕스였으며 노벨 문학상을 탄 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가 쓴 '이방인'은 세상에 편입되지 못한 한 남자의 이야기다.


가치 판단의 기준이 마비된 채 원초적 감각에 따라서만 반응했던 남자 주인공 뫼르소가 눈부신 햇빛 때문에 낯선 아랍인을 살해한 곳은 알제리였다.


태양이 눈부신 아프리카의 백인 이슬람국 알제리는 유혈 전쟁을 통해 1962년 독립을 쟁취하기까지 132년간 프랑스 문인들에게 최고의 휴양지였다.


여기서 나고 자란 카뮈뿐 아니라 역시 노벨상 작가인 '좁은 문'의 앙드레 지드도 알제리에서 영감을 얻었다.


하지만 이는 지중해성 기후인 아틀라스 산맥 이북 이야기다.


아프리카에서 수단 다음으로 큰 알제리 영토의 대부분은 사막이다.


서울 성북동 관저에서 만난 주한 알제리 대사 부인 파리다 하디드는 고향 풍수의 변화무쌍함을 강조하며 "알제리는 눈 덮인 산,사막,지중해가 공존하는 나라"라고 소개하고 "눈 덮인 산자락이 바다로 빠져들어가는 듯한 장관은 알제리에서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식민의 역사는 전통 이슬람국 알제리의 식단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하지만 옛 전통은 '메슈이' 같은 음식으로 전해져 온다.


젤파 지방 초원의 약초를 뜯어먹고 자란 양의 껍질을 벗기고 향신료를 발라 기름기가 쫙 빠질 때까지 통째로 하루 내내 굽는다.


라마단이 끝나 영양 보충이 필요하거나 귀빈이 오면 모두 둘러앉아 손으로 양고기를 뜯었다.


메슈이보다 성대함은 덜하지만 비슷한 느낌의 음식이 쿠스쿠스 요리다.


하디드 여사는 양고기와 야채를 큼지막하게 토막 내 빻은 밀과 함께 찐 쿠스쿠스 요리를 알제리의 대표 음식으로 소개했다.


역시 라마단 후 온 가족이 모여 먹는 음식으로 고기나 야채 한 덩어리에 밀을 굴려 묻힌 후 손으로 먹는다.


음료로는 뜨겁게 마시는 민트 차를 즐긴다.


하디드 여사는 "사막의 더위를 날려 주는 음료"라고 설명하며 "민트 차는 달착지근하면서도 끝맛이 시원해 소화를 돕는다"고 했다.


금색 찻잔이 하도 예뻐 돌려 보다가 표면에 적힌 아랍어의 뜻을 물었더니 '환영합니다.


평화를'이라고 설명해 줬다.


천성이 착해 보이는 하디드 여사는 "무슬림의 집에는 주인이 따로 없다"며 "당신이 우리집을 한 번 찾았으니 이제 아무 때나 환영받을 것이다"라고 했다.


자기 집을 손님에게 기꺼이 내 주는 사고 방식 때문이었을까.


흑인 유목민의 땅이었던 알제리는 로마에 정복당한 이래 비잔틴 아랍 오스만투르크의 지배를 잇따라 거치며 백인 중심으로 혼합됐다.


경제 주도권을 남에게 맡기는 데 익숙하다 보니 경제 운용이 서툴러 연간 500억달러의 오일 달러를 버는 산유국이지만 많은 노동자들이 하루 끼니를 바게트 빵 몇 개로 때울 만큼 가난하다.


하지만 가난이 어디 오로지 남 탓이겠는가.


알제리의 무슬림들은 부와 가난을 '알라의 뜻'에 맡기며 피동적으로 살아 왔다.


박대원 전 알제리 대사는 자원을 놀리는 어민들을 예로 들어 "지중해에서 물고기가 늙어 죽는 곳은 알제리 앞바다밖에 없다는 말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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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고기 쿠스쿠스 만들기 ]


○재료=빻은 밀, 양고기 1㎏, 양파 1개, 당근 1개, 배추 반 포기, 호박 큰 것 1개, 완두콩 한 주먹, 양념-소금 1 작은술, 검은 후추 1/4 작은술, 계핏가루 1/2 작은술, 가염 버터 1 큰술, 라스 엘 하누르 1/2 작은술(고기는 뼈째 토막 내 찜용으로 준비한다.


완두콩은 전날 불려 놓는다.


쿠스쿠스용 빻은 밀과 양념인 라스 엘 하누르는 이태원 모스크 근처 이슬람 식재료상에서 판다)


○만들기=①찜통에 물을 붓고 빻은 밀을 찐다.


②고기 토막에 곱게 다진 양파 버터 후추 소금 계핏가루를 넣고 볶다가 완두콩을 추가하고 약한 불로 찜통에 40분간 찐다.


③고기와 완두콩이 반쯤 익으면 무와 야채를 넣고 계속 찌다가 마지막에 계핏가루를 넣는다.


④큰 접시 바닥에 찐 밀을 깔고 위에 고기와 야채를 올려 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