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현지에 IT사 설립 연 100억 매출 전희배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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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니시신주쿠(西新宿)에 위치한 '일본키스코(KISSCO)'의 전희배 사장(51)은 창업 5년 만에 연간 매출 10억엔(약 100억원) 규모의 IT(정보기술) 전문기업을 일궈냈다.
"도시바 정보시스템,후지제록스 정보시스템,후지쓰 LSI테크놀로지 등 쟁쟁한 일본기업들과 거래합니다."
전 사장은 한국 IT가 그렇게 뚫기 힘들다는 일본시장에서 먹혀들고 있다며 자못 자랑스러워 했다.
120명 직원 가운데 일본인 10명을 제외하곤 전부 한국 출신 2030들이다.
도쿄 니시신주쿠(西新宿)에 위치한 본사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20명 안팎.대부분 일본의 내로라 하는 정보통신업체에 파견 형식으로 몇 개월 또는 몇 년씩 나가 있다.
손지원씨(25)의 경우 오사카 산요전기의 텔레커뮤니케이션스 본사로 출근한다.
그는 이 회사의 휴대폰 소프트웨어 개발팀에서 일한다.
호서대 게임공학과를 나와 지난해 1월 처음 일본땅을 밟았지만 일본어로 의사소통하는 데는 큰 지장이 없다.
일본에 오기 전 한국무역협회 산하 무역아카데미에서 1년 동안 일본어와 컴퓨터를 집중적으로 훈련받은 덕분이다.
손씨는 "외국에 혼자 나와 살기가 쉽지 않은데 회사도 다니고 월급도 적당해요"라며 만족해했다.
전 사장은 1000명까지 직원을 늘릴 생각이다.
일본의 경기가 좋아지고 있는 데다 얼마전 신입사원 16명을 모집하는 데 200명이 몰려와 회사에 대한 외부의 평가도 확인했다.
짧은 기간에 유명세를 타게 된 배경에는 전 사장의 '괴짜기질'도 큰 몫을 했다.
'한국의 해병대 군사훈련'을 일본인 응시자의 입사조건으로 내세운 게 대표적 사례.
"지난해 한국으로 2박3일간 병영체험을 보냈는데 남자 신입들이 여자들의 훈련용 자동차 타이어를 대신 들어주면서 전우애(?)를 키웠다면서 모두들 만족해했습니다."
군에 갔다온 한국인 직원들의 경우 경력으로 인정해 2년치 월급을 더 얹어주는 것도 이 회사의 독특한 인사시스템.
"군대에 갔다와서 일본 취업을 위해 무역아카데미 등에서 교육을 받으면 일본인보다 3년 이상 사회생활이 늦어질 수밖에 없지만 실력은 확실히 나으니 보상해야죠."
전 사장은 두 명의 자녀에게도 대학만큼은 반드시 한국에서 다니도록 권하고 있다.
그는 1984년 3월 일본에 건너왔다.
소속사인 '한국전산'(현 교보정보통신)이 도시바의 전력제어시스템 개발을 위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프로그래머인 그를 파견한 것.이후 외환위기로 어려움도 겪었지만 NHK의 문자방송시스템과 후지쓰 반도체 공장의 생산공정 자동제어 프로그램 등을 잇따라 수주하면서 기술력에 자신감을 얻어 2001년 1월 퇴직금을 털어 독립했다.
"앞으로 돈벌이도 돈벌이지만 실업대란에 시달리는 한국 젊은이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많이 제공하고 싶습니다."
도쿄=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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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에서 성공하려면... ]
한·일 양국의 정서 차이는 있지만 성공요체는 다르지 않다.
작은 회사일수록 사원들에게 미래를 위한 기회의 터전이 돼야 한다.
아직 작다는 이유로 인재를 양성하지 못하면 영원히 크지 못한다.
외국에서 일을 벌일수록 좋은 사람을 채용해서 잘 키워야 사업이 흥한다.
인재 확보와 양성에 돈을 더 쓰기 위해서라도 불필요한 간접비용은 최소화해야 한다.
회사의 모든 자금은 적재적소에 효과적으로 지출돼야 자금의 여력이 생긴다.
민족감정과 비즈니스는 철저히 분리,대응해야 한다.
한류붐에 대한 과잉기대도 금물이지만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나 독도망언에 속으론 흥분하더라도 비즈니스는 차분히 추진해야 한다.
일본 고객은 까다롭다.
고객이 문제점을 제기할 때 "우리의 약점을 가르쳐주는 고마운 분"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대해야 한다.
이런 고객과 친해져야 성공한다.
고객이 도움을 청할 때 최선을 다해 도와줘야 한다.
일본인들은 신세를 지고 감동을 하면 반드시 은혜를 갚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