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2일자) 시장경제 근간마저 흔드는 인권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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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가 최근 확정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 권고안에 대해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정면 비판하고 나서는 등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양상이다. 우리는 솔직히 이 권고안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국가기구로서 인권위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 근본적인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경제 사회가 처한 현실은 아예 도외시한 채 공허한 이상(理想)만 내세워 헌법과 시장경제의 기본질서마저 뒤흔드는 권고안을 쏟아내고 이를 정부에 수용하라는 식이기 때문이다.
인권위 권고안의 초법적(超法的)이고 비현실적인 조항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국가보안법 폐지와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 인정,공무원.교사의 정치활동 범위 확대 등 그동안의 사법적 판단과 어긋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노동쟁의 직권중재 폐지,불법쟁의 형사처벌 완화,비정규직 고용억제 등에 이르면 지금 우리 경제여건과 노동시장이 어떤 상황인지 전혀 알 바 없다는 내용이다. 한마디로 인권위의 기본적인 양식마저 의심스러운 실정이다.
문제는 인권위 권고안이 정책으로 반영될 경우 그 부작용이 심각할 것이라는 점이다. 예컨대 비정규직 고용억제와 '동일노동 동일임금' 적용은,오히려 비정규직의 실업(失業)만 늘리고 기업들의 해외이전을 가속화시켜 고용사정을 더 나쁘게 만들 게 분명하다. 대안도 없이 직권중재를 폐지하고 나면 필수공익사업장의 빈번한 파업으로 국가 기간산업이 마비될 경우 국민들이 입게 될 피해 또한 엄청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사회적 약자보호라는 명분도 좋지만,이런 식의 무책임한 권고로 산업현장의 갈등과 혼란만 부추겨 어쩌자는 건지,우리 경제 사회가 감당해야 할 부담을 조금이라도 생각해보았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오죽하면 법무부 노동부 등 관련 부처들도 "현실성 없는 대책이자 월권(越權)행위"라며 반대하고 나섰겠는가.
따라서 인권위의 권고안은 전면 재검토되어야 마땅하다. 편파적 시민단체와 노동계의 주장만 여과없이 반영할 게 아니라 사회 전반의 여론을 수렴해 보다 현실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시장경제 체제와 사회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내용들은 즉각 폐기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정부도 인권위 권고를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우리나라 경제 여건과 노사관계의 실태에 비춰 현실에 맞지 않거나 헌법질서에 배치되는 권고는 과감히 거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