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뱀… 멍게… 제약업계 "신약원료 자연에서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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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회사들이 신약 개발을 위해 도마뱀의 침과 같은 자연에서 채취한 원료에 눈을 돌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공 화학물질을 가지고 신약을 개발하는 데 치중해온 제약회사들이 자연 원료에 관심을 가지면서 제약업계에서 '천연 물질을 이용한 신약 만들기'가 확신되고 있다고 9일 보도했다.
스위스 제약회사인 노바티스는 일본 과학자들이 곰팡이에서 추출한 물질로 만든 신약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 약은 다발성 경화증(multiple sclerosis)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희망이 되고 있다.
이 밖에 멍게,아메리카 독도마뱀,남아메리카 흡혈박쥐 등에서 뽑아낸 천연 원료로 만든 신약이 효능검사를 받고 있거나 이미 시판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이 신문은 지난 15년 동안 제약업계가 인공 화학물질을 이용한 신약 개발에 주력해왔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판단에 따라 새로운 돌파구로 자연 원료에 주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990년대 초반 많은 제약회사들이 자연 원료 분야의 연구개발(R&D)을 줄이거나 아예 중단했다.
하지만 지난해 독도마뱀의 침에서 추출한 물질로 개발된 당뇨병 관련 혈당 조절제인 바이에타가 선보인 것을 계기로 자연 원료 연구가 활기를 띠고 있다.
자연 원료를 이용한 신약의 역사는 1899년 버드나무 껍질을 활용해 만든 아스피린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40년대엔 곰팡이에서 추출한 물질로 개발된 항생제 페니실린이 선보였다.
WSJ는 일본인 과학자 엔도 아키라 박사가 곰팡이에서 뽑아낸 자연 원료가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는 데 효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은 아스피린과 페니실린을 잇는 중요한 업적이라고 평가했다.
일본의 농촌마을에서 태어난 엔도 박사는 어린 시절 할아버지로부터 각종 곰팡이의 효능에 대해 들었던 기억을 되살려 1973년 미국 뉴욕의 한 대학에서 콜레스테롤 강하제의 원료가 되는 천연 물질을 찾아냈다.
그의 발견을 활용해 제약회사들이 조코르 프라바콜 메바코 등의 콜레스테롤 강하제를 만들어 팔고 있다.
WSJ는 엔도 박사의 발견은 곰팡이 추출물과 같은 자연 원료가 신약 개발의 중요한 원천이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고 강조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