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금융 大戰 - 이슈&CEO] (4) 신상훈 신한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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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직원들은 신상훈 행장을 '큰형님'으로 모신다.
하루에 '아침식사 두번, 저녁식사 세번'할 정도로 바쁜데도 직원들의 경조사는 직접 챙기는 데서 붙여진 별명이다.
화를 내거나 부하직원을 심하게 질책하는 일도 거의 없다.말단 직원들에게도 직접 소주잔을 건네고 때론 '야자타임'까지 즐긴다.'온화한 카리스마'란 말은 그래서 나온다.
하지만 경쟁은행들은 그를 '여우 같다'고 한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한 발 앞서 영업에 접목시키는 것이 얄미울 정도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은행 창립 23주년을 맞아 '23전 23승에 빛나는 이순신 장군의 불패신화' 벤치마킹도 그의 머릿속에서 나왔다.
지난해 5월 '블루오션'이란 화두를 던지고 금융권 블루오션 바람을 주도한 것도 그다.
덕장(큰형님)과 지장(여우)의 면모를 두루 갖춘 신 행장의 리더십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오는 4월1일 조흥은행과의 합병을 앞두고 '성공적인 통합작업 완수'라는 임무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합병으로 새출발하는 신한은행의 자산 규모는 166조원.우리은행(135조원)을 제치고 단숨에 국민은행(200조원)에 이은 2위 규모의 은행이 된다.
합병은행의 성패는 두 은행의 화학적 통합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화학적 결합에 실패할 경우 시너지 효과는커녕 경쟁은행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할 수 있다.
우리 금융사에서 이러한 경험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실제 경쟁은행들은 통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탈 고객을 잡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신한·조흥은행의 우량 개인 및 중소기업 고객 리스트를 일선 지점에 내려보내 각종 당근을 제시하며 거래은행을 옮길 것을 권유토록 하고 있다.
신 행장도 이런 상황을 직시하고 있다.
'기회'인 동시에 '위기'라는 판단이다.
"통합은행의 출범은 신한은행이 힘찬 비상을 할 수 있도록 커다란 날개를 다는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과도기적 상황 속에서 경쟁자들에게 영역을 뺏길 수도 있다"고 진단한다.
그래서 고민 끝에 던진 승부수가 '견내량 봉쇄 작전'.1593년 여름,진주성을 함락시키고 여세를 몰아 서해로 진출하려던 일본 함대를 이순신 장군이 4년반 동안이나 효과적으로 막아낸 작전을 말한다.
한산도 앞 요지이자 제1선이었던 견내량으로 주력 함대를 전진 배치해 전략상 요충지를 선점,제1선에서 강력한 방어를 펼쳐 적의 진격을 성공적으로 막아낸 작전이다.
이른바 '공세적 방어전략'이다.
견내량 봉쇄작전처럼 영업의 최일선에서 공세적인 고객 유치로 경쟁은행의 거센 공격을 막아내겠다는 복안이다.
신 행장은 "지난해 내부적인 정비를 통해 역량을 강화해온 경쟁은행들이 올해는 본격적으로 상대방 영역을 잠식하고자 총력전에 나설 것"이라며 "지키려면 최전방,그것도 제1선에서 공격적으로 지켜야지,안전하게 지키겠다고 한 번 뒷걸음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게 된다"고 강조한다.
신한은행은 10일 신 행장을 필두로 5000여 전 직원이 영업 확장을 위한 가두 캠페인에 나선다.
은행장 및 임원들은 신한은행 명동지점 앞에서,본점 직원들은 시청 일대에서,영업점 직원들은 각 지점 인근 거리로 나와 견내량 봉쇄작전의 시발탄을 올리는 셈이다.
신 행장은 올해 은행대전을 '빅(big)2 경쟁'으로 규정했다.
지난해 신한 국민 우리 하나은행이 빅4 구도를 형성했다면 올해는 빅2 확보를 위한 치열한 싸움이 벌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통합원년을 맞아 명실상부한 빅2로 자리잡겠다는 야심찬 비전이기도 하다.
'화즉시강·강즉시화(和卽是强·强卽是和,화합하면 강하고 강한 것은 화합하는 것이다).' 신 행장이 취임 때 밝힌 경영철학이다.
두 은행의 통합을 진두지휘할 그의 앞에 놓인 숙제이기도 하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