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홍보팀의 K 과장은 지난해 7월 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컬러링 소리에 깜짝 놀랐다. '뚜~뚜~'하는 단조로운 기계음이 흘러나오던 것이 잔잔한 음악을 배경으로 친구 회사의 광고 카피가 들려오는 비즈링(Biz-Ring·기업 통화연결음)으로 바뀌어 있었기 때문이다. 비즈링이 회사 홍보 수단으로 효과적이겠다고 판단한 김 과장은 그날로 아이디어를 냈고 기업은행은 얼마 지나지 않아 직원들을 대상으로 비즈링 신청을 받았다. CM송이나 광고 등을 기업 임직원의 휴대폰 컬러링으로 사용하는 비즈링 서비스의 가입자 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2004년 4월 시작 당시만 해도 이용하는 기업이 많지 않았으나 회사 홍보에 효과가 있는 데다 임직원의 애사심을 높일 수 있다는 내용이 입소문을 타고 번져 나갔기 때문이다. 국내 3대 이동통신사의 비즈링 서비스를 대행하는 크레딘에 따르면 지난해 3월 2만6000명에 불과했던 비즈링 가입자 수는 작년 말 8만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업계에선 종업원 100인 이상 기업 중에서만도 비즈링을 이용하고 있는 곳이 16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비용도 200명 이하가 신청할 경우에는 1인당 월 3000원이 넘지만 1000명 이상 가입하면 1600원으로 떨어져 개인 컬러링 비용(900원)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또 퇴근 시간 이후나 휴일엔 직원들이 개인 컬러링을 이용할 수 있어 개성을 중시하는 젊은 직원들의 반발도 크지 않다. 비즈링의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린 곳으로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 부지 선정과 관련,큰 홍역을 치렀던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손꼽힌다. 한수원은 지난해 3~11월 방폐장의 안전성과 부지 선정 절차의 투명성을 홍보하기 위해 '주민이 만드는 네모난 병원,원전수거물 관리센터'라는 내용의 비즈링을 전 임직원이 사용하게 했다. 한수원은 그 기간 매월 800만회의 홍보 비즈링이 노출돼 방폐장에 관한 부정적인 여론을 불식시키는 데 기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은행도 작년 12월부터 본사와 지점장급 이상 직원 1300명이 가수 김세환의 노래 '사랑하는 마음'이 들어간 비즈링을 이용한 결과 안팎의 반응이 좋다고 판단,이달 중순부터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비즈링 가입 신청을 받는다. 김삼수 크레딘 이사는 "일부 기업은 TV 라디오 CF와 연동시켜 기업의 AI(Audio Identity)를 형성한다는 관점에서 비즈링을 실시하고 있다"며 "올들어 전 직원을 대상으로 비즈링 신청을 하고 있는 기업이 늘어 연말까지 가입자 수가 최대 25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