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00년은 남성의 숫자인 1로 시작됐다. 그것은 음경을 상징하고 권위적이며 서열을 중시하는 동시에 외톨이다. 그러나 앞으로의 1000년은 여성의 숫자인 2로 시작된다. 특징은 철저히 관계 지향적ㆍ공유적이다.' 이처럼 '앞으로는 이러이러한 것들이 뜬다'는 장기적 예측과 경향을 일반적으로 트렌드라 부른다. 그것은 인간의 삶을 변화시키는 큰 물줄기이자 방향타 역할을 한다. 또 길게는 10년 이상 유행이란 이름으로 지속되기도 하며 시장에서는 고객의 지갑을 열게 만드는 원동력으로도 작용한다. '예측은 틀리기 위해 존재한다'는 역설이 있긴 하나 사람들의 왕성한 호기심엔 힘을 못쓴다. '대한민국 디지털 트렌드'(김용섭 지음,한국경제신문,1만2000원)는 미래의 우리 사회를 지배할 33가지 키워드를 분석했다. 디지털을 '거부할 수 없는 축복의 도구'로 설정하고 그것이 바꿔놓는 새로운 세상과 가치를 이야기한다. 잘 먹고 잘 사는 것에서 즐겁게 사는 쪽으로 인생의 목표를 수정한 세태 변화를 개괄적으로 진단한 후 향후 전개될 권력과 문화이동,휴머니즘의 트렌드를 꼼꼼하게 소개했다. 저자는 소비자가 생산자를 길들이게 되면서 과거 절대 권력을 휘두르던 '메이커'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지름신 문화'로 대변되는 감성 소비가 정착될 것임을 예고한다. 또한 나를 중심으로 하는 1촌(寸)문화,요즈음 일부 사이트에서 성업중인 친구ㆍ애인ㆍ하객 대여 사업의 부상을 점치되 디지털의 개인주의와 따뜻하고 말랑말랑한 아날로그적 패러다임의 공존까지 놓치지 않는다. 한편 21세기 자본주의 사회의 변화에 관심이 많다면 '메가트렌드 2010'(패트리셔 애버딘 지음,윤여중 옮김,청림출판,1만5000원)을 펴볼 만하다. 세계적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츠와 함께 이미 다양한 저작물을 발표했던 저자의 신작.지금까지 최고의 가치로 평가받던 주주의 이익실현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새 트렌드 앞에 무릎 꿇게 된다는 등 7가지 거대 흐름을 예측하고 있다.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것은 최고의 지성이나 강인한 종이 아니라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개체라는 다윈의 연구결과가 있다. 이제는 '익숙한 것들'과 결별할 때다.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