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과 고실업으로 허덕이던 독일 경제가 자신감을 회복하고 있다.


독일의 민간경제연구소들은 올해 독일의 경제성장률이 6년 만에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독일 기업들도 이 같은 분위기에 편승,인수·합병(M&A)을 통한 사업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신임 총리가 경제 회생을 최우선 과제로 내건 가운데 '월드컵 특수'도 기대되고 있다.




◆6년 만의 '고성장' 기대


독일 경제는 지난해 부진을 면치 못했다.


경제성장률이 1%에도 못 미쳤을 것이란 게 조사기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독일의 민간 싱크탱크인 DIW는 지난 3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에서 1.7%로 올렸다.


독일 최대 민간경제연구소인 IFO도 수출 증가와 설비 투자 확대로 독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2000년(3.1%) 이후 최고치인 1.7%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업률도 개선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독일연방노동청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률은 11.2%로 전월 대비 0.3%포인트 하락했다.


이 같은 하락폭은 1991년 8월 이후 14년여 만의 최대다.


경기의 선행지표인 주가도 강세다.


지난해 독일 증시는 27.07% 상승,G7 국가 중 일본(40.24%)에 이어 두 번째로 상승률이 높았다.


◆기업들,공격적 M&A 본격시동


자신감을 얻은 독일 거대기업들의 '기업사냥'도 활기를 띠고 있다.


세계 최대 화학그룹인 독일 바스프는 지난 3일 미국 화학업체인 엥겔하트를 49억달러에 적대적으로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인수가는 엥겔하트의 시가총액 대비 23% 높은 수준으로 "독일 기업 사상 가장 공격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독일 최대 철강기업인 티센크루프도 이날 캐나다 철강회사인 도파스코에 대한 인수제안 가격을 주당 53.13달러에서 54.43달러로 높였다.


티센크루프는 현재 룩셈부르크 철강업체인 아르셀로와 도파스코 인수전을 벌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독일 기업들의 적극적인 M&A 시도는 경기 회복으로 그만큼 자신감이 커졌다는 증거"라고 풀이했다.


◆'메르켈 효과'와 '월드컵 특수'도


'독일의 대처'로 불리는 메르켈 총리의 경제 개혁도 독일 경제에 힘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독일은 그동안 저성장과 고실업으로 '독일병'에 걸렸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하지만 작년말 좌·우 대연정으로 총리직을 거머쥔 메르켈은 경제 회생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일자리 창출 △공공부문 지출 축소 △민간투자 활성화 △노동시장 유연화 △연금개혁 등을 추진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메르켈의 실험이 성공하면 비슷한 처지에 놓인 프랑스와 이탈리아에도 파급효과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는 6월 열릴 2006년 독일 월드컵도 독일경제 회복에 기폭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독일 금융회사인 포스트방크는 이번 월드컵이 독일 경제에 100억유로(약 12조3000억원)의 부가가치와 4만여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부가가치(5조3000억원)의 2배를 넘는 규모다.


하지만 개혁 과정에서 기득권 세력의 저항과 국민들의 자신감 부족이 경제 회복의 걸림돌이다.


메르켈 정부의 공공부문 지출 축소 계획이 공무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