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면서 우려했던 대로 달러당 1000원이 깨지고 세자릿수 환율로 진입했다. 환율이 1000원 밑으로 내려간 것은 지난해 5월 이후 8개월 만의 일이다. 이 같은 환율 급락은 우리 상품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수출기업의 채산성을 악화시키는 직접적인 요인이 될 뿐만 아니라, 최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증시에도 부담을 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결코 예사롭게 보아 넘길 일은 아니다. 사실 환율 하락은 이미 피할 수 없는 대세(大勢)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 종결 분위기와 막대한 재정·무역 적자로 인한 글로벌 달러 약세가 진행중인데다 우리 수출은 지속적인 호조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무역흑자가 계속 쌓이면서 갈수록 원화가치는 오르고, 결국 상당 폭의 환율하락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다만 환율이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떨어지면서 경제 전반에 심각한 충격을 몰고올 가능성이 큰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당장 자동차나 IT, 조선 등 주력 수출상품의 가격 경쟁력 약화로 올해 3180억달러의 수출목표 달성에 차질이 우려되고, 수출기업들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이는 수출이 주도하는 우리 경제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기업이나 정부가 이 같은 환율하락의 충격을 어떻게 최소화해 나가느냐 하는 점이다. 달리 뾰족한 대응방안을 찾기도 어려운 실정이고 보면 외환당국은 물론 기업들의 상시적(常時的)인 환리스크 관리전략이 무엇보다 절실한 과제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생산성 향상과 기술혁신을 통해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하고 세계 시장에서의 브랜드 파워를 높이는 방향으로 산업구조를 고도화함으로써 환율에 대한 내성(耐性)을 키우는 것보다 중요한 과제는 없다. 이번 환율하락을 경영체질 개선과,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한 기술 품질 디자인 혁신의 계기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지난 80년대 중반 플라자합의 이후 엔화 환율이 거의 반토막 났는데도 일본은 오히려 기업 체질을 강화하고 산업구조를 고부가가치화함으로써 세계 최고의 경쟁력 확보에 성공한 경험은 타산지석(他山之石)이 될 만하다. 정부와 금융당국도 환율의 급격한 변동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수단을 적극 강구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