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원.달러 환율 1천원선이 8개월만에 붕괴됐음에도 증시는 견조한 흐름을 이어갔다. 과거에 비해 환율의 증시 영향력이 크게 줄어든 데다 오히려 환율 하락이 내수 회복 모멘텀을 강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주식시장을 떠받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환율 부담은 언제라도 증시 조정의 빌미가 될 수 있으며, 원화 강세에 따른 종목 간 차별화 가능성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 "환율 1천원선 붕괴에도 지수는 견조" = 이날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3.60원 하락한 1001.80원으로 출발한 뒤 1천원선을 하향 돌파했다. 달러화 대비 환율은 전날보다 6.90원 하락한 998.50원으로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1천원선 아래로 내려온 것은 지난해 5월 이후 8개월 만이다. 이처럼 환율이 급격하게 하락한 것은 전날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12월 회의록이 금리인상 종결을 시사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부담에도 증시는 강한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출발부터 1,400선을 돌파했고, 환율 1천원선 붕괴 영향으로 상승폭이 다소 꺾였지만 전날보다 7.24포인트(0.52%) 오른 1,402.11로 마감했다. 코스닥시장도 5.33포인트(0.73%) 오른 740.48을 기록하며 닷새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실제로 이날 하이닉스, LG필립스LCD, LG전자 등 주요 정보기술(IT) 관련기업과 현대차, 기아차 등 자동차업체,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조선주 등이 환율 하락의 영향으로 약세를 보였다. 반면 한국전력과 신세계, 현대백화점, SK텔레콤, 롯데제과 등 내수주와 일부 음식료주 등은 강한 오름세를 보였다. ◆ `수출기업 부담'보다 `펀더멘털 회복 신호' = 환율 부담을 무시한 증시 강세에 대해 전문가들은 과거에 비해 환율의 증시 영향력이 줄었으며, 오히려 환율 강세가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 개선을 시사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대신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2000년 이후 환율과 주가의 움직임을 조사한 결과 2003년 이후 환율의 증시 영향력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2003년 이전에는 월간 원.달러 환율이 1.7% 이상 하락하면 예외없이 다음 달 주가가 하락했지만 2003년 이후에는 월간 환율이 1.7% 이상 하락한 7번 중 다음달 주가가 하락한 달은 2번에 불과했고 평균 주가는 3.57% 상승했다는 것. 대신증권은 오히려 원화 강세는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개선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며, 비달러화 자산에 대한 외국인의 선호도를 높여 증시에 긍정적인 요인이 돼 왔다고 지적했다. 대우증권 이영원 투자전략파트장도 "심리적인 저항선이 깨졌고 오늘 변동폭이 컸다는 것을 제외하면 1천원선 붕괴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 파트장은 "외환위기 이전의 수치를 회복하지 못한 유일한 지표가 환율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원화 강세가 지속되는 것은 자연스런 흐름이며, 한국경제가 새롭게 평가받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 환율 영향 속도와 레벨이 관건 = 한편 외환 시장에서는 당국의 개입 외에 분위기를 바꿀만한 요인이 없고, 근본적인 환율 하락 요인이 남아있는 한 강한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증시 전문가들은 환율의 증시 영향이 본격화될 임계점을 명확하게 제시하기 어렵지만, 하락 속도가 빠르거나 세자릿수 환율 상황이 지속할 경우 큰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위원은 "개별기업마다 환율 하락의 영향이 다를 수 있는 만큼 임계점을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세자릿수 환율이 장기간 지속할 경우 수출기업의 채산성이 떨어져 작년 상반기와 같은 기업실적로 이어지면 증시에 부정적 이슈로 부각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주가가 급등한 상황에서 환율 하락은 조정의 빌미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환율 하락 속도와 레벨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기업들이 환율 변화에 대한 내성이 있으며 지난해 상반기처럼 가파른 하락세가 나타나지 않는 만큼 쇼크 수준의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훈기자 meol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