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새해 첫 개각에 대한 열린우리당내 반발이 확산되자 청와대는 적잖이 곤혹스러워하면서 당내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우선 유시민(柳時敏) 의원을 보건복지부 장관에 기용하겠다는 노 대통령의 의지가 공개적으로 전달됐고, 당과 협의하겠다는 방침이 전달됐음에도 반발 기류가 수그러들지 않은데 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게다가 2.18 전당대회를 앞두고 `관리자'인 정세균(丁世均) 임시의장 겸 원내대표가 산자부 장관으로 내정된 데 대해 당내 중진들의 불만까지 표출됨에 따라 유 의원 문제를 둘러싼 상황이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띨 전망이어서 고심은 가중되고 있다. 청와대는 3일 일단 공식 반응을 자제한 채 `유시민 카드'를 비롯해 이번 개각에 반발하는 여당내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이병완(李炳浣) 비서실장 주재로 이날 아침 열린 일일 상황점검회의에서도 언론을 통해 표출된 개각 반응과 당내 반발 기류에 대한 상황 점검이 이뤄졌다. 일단 청와대쪽은 "당 지도부와 상의가 없었다는 얘기는 와전된 것이고, 당내 소통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며 시간을 갖고 당에 양해를 구하는 절차를 밟으면 상황이 변화할 것이라는 희망섞인 기대를 표했다. 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이번주중 당 지도부를 초청, 대화하는 자리를 가지는 방안을 계획중인 점도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이 직접 당 지도부와 중진들에게 이번 개각의 뜻을 충분히 설명하고, 당의 의견을 수렴하고 듣는 절차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가 대통령의 입장을 일방 통보하고 의지를 '강행'하는 절차를 밟는 자리가 아니라 허심탄회하게 당의 의견을 듣고 얘기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게 청와대 설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유 의원 입각문제는 설득할 부분은 설득하고 당의 의견을 들을 부분은 들은 후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 일부에서는 당의 반발에 따라 '유시민은 어려운 것 아니냐'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여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유시민 카드를 밑어붙일 경우 당.청관계 악화로 정초부터 국정운영에 부담이 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1년 전 이기준(李基俊) 교육부총리 임명에서 촉발된 인사파동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정 의장의 사퇴로까지 이어진 개각 문제에 대한 당내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결국 유 의원이 `희생양'이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인 셈이다. 이를 반영하듯 청와대 내부 기류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한 핵심관계자는 유 의원 장관 기용 가능성에 대해 "대통령은 그러고 싶다는 것이지 지금 딱 그렇다(기용된다)고는 말할 수 없다"며 "어제까지 반반의 가능성을 보고 있는 상황에서 당 의견을 좀더 들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을 복지장관으로 강력하게 천거했다는 이해찬(李海瓚) 총리도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 앞서 `유 의원은 입각한다고 봐도 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당하고 협의를 해야 한다"는 답변으로 넘어갔다. 이병완(李炳浣) 비서실장은 "연구해봐야 한다. 기자들이 알려달라"고 말했고, 유시민 카드에 꽤 긍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진 조기숙(趙己淑) 홍보수석은 `개각보도' 논조에 대해 "할 말은 많지만 다음에 하겠다"고 언급을 피했다. 이에 따라 노 대통령이 과연 `유시민 카드'를 고수할지, 아니면 당내 의견에 따라 이를 접을지가 관심사로 부각되는 분위기다. 노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가 여당 내부 반발로 제동이 걸린 것은 2004년 총선 직후 김혁규(金爀珪) 의원의 총리지명 무산이 유일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 기류를 보면 생각보다 심각해 (유 의원 기용은) 매우 유동적 상황으로 변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정세균 장관 내정자의 경우 "일부 중진들이 전당대회 관련 논의가 있던 차에 임명한 데 대해 반발하는 것으로 그 다지 큰 문제가 아닌 것으로 본다"며 "다만 이 사안이 유 의원 문제와 겹치면서 개각 문제 전반으로 확대되는 듯한 느낌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 기자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