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35세대는 진보냐 보수냐 하는 식의은 담론에 큰 가치를 두지않는다. 개인적인 이해관계에 충실한 뿐 공동체적 사안에 무관심하다. '청년실업대'으로 상징되는 기성세태에 좌절감을 느끼면서도 경제적인 이해득실로 인해 기존 질서속에서 개인적으로 유리한 입지를 구축하려는 이중적 야누스적 태도를 보인다. 이들은 개인주의적인 성향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진보보다는 보수에 가까운 정치적 사회적성향을 보인다. 하지만 개발연대 기성세대와 코드를 맞추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원주의적이고 실용적이라는 게 이들의 성향에 어울리는 언어다. 신세대의 보수회귀적인 성향은 실증연구에서도 증명된다. 이훈구 연세대교수(심리학)가 최근 연세대생 131명과 이들의 부모 122명을 대상으로 '보수·급진 태도지수'를 조사한 결과,학생과 부모세대가 다같이 보수편향으로 나타났다. 극단적인 보수와 급진을 각각 1과 14로 놓았을 때 대학생들의 지수는 4.65로 조사됐다.부모세대의 보수·급진태도지수(3.89)와 별반 차이가 없는 수치다.이 교수는 "급진적인 경우 최소한 점수가 8점 이상 돼야 한다"며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부모든 자식이든 모두 보수성향"이라고 결론내렸다. 이교수는 "그렇다고 이 세대의 주류를 반공·보수 성향을 분명히 하는 네오콘(neo-conservatives·신보수주의자)으로 규정하기엔 '리벌럴'하다"면서 "실용적 보수쯤으로 규정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교수 조사에 따르면 가장 강경한 쪽을 7,가장 온건한 쪽을 21로 보았을 때 대학생들의 지수는 13.52로 나타났다.강경과 온건의 중간점인 14에 근접해 있는 수치다. 2635세대 스스로는 자화상을 어떻게 묘사할까? 이들은 '386적이냐? 기성세대에 가까우냐?'는 기성세대 양진영(?)의 재단에 거부감을 보였다. 서울대 캠퍼스에서 만난 김상기 씨(27)는 "정치사회문제에 신경쓸만큼 여유가 없다. 청년실업대란속에서 전체의 문제보다는 개인의 문제가 너무 절박하다. 나 개인의 이해관계에 온통 관심을 쏟을 뿐 보수냐, 진보냐 하는 구분 자체가 무의미하다"며 "굳이 말하자면 실용주의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이런 흐름은 대학가의 총학생회장 선거에서도 뚜렷하게 감지된다. 최근 몇년새 전국적으로 대학 총학회장 선거는 학생들의 무관심으로인해 투표율 자체가 계속 낮아졌다. 총학생회구성도 운동권과는 결별하는 추세가 뚜렸하고 학생들의 복지와 면학권을 앞세운 비운동권이 강세를 보였다. 이런 모습은 2635세대의 성장과정과도 필연적인 인과관계를 맺고 있다. 2635세대는 민주화 및 세계화의 후광을 업고 성장한 세대다.레드 콤플렉스나 보리고개 콤플렉스로부터 자유롭다.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민주화 분위기 속에서 집단적 사고를 거부하는 '개인주의'를 선물받고 세계화 조류 속에서 국가중심적 규율과 대척점에 서있는 '시장합리주의적 성향'을 내면화하도록 교육받은 세대"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80년대와 90년대 초반 풍요 속에서 대부분 유복한 성장기를 보냈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를 맞아 청년실업 대란으로 방황한 세대이기도 하다.학생들은 입학 직후부터 사회의 구조적 문제보다는 취업을 걱정하기 시작했다.'내코가 석자'인만큼 정치적인 문제에 관심이 없을 수 밖에 없다. 제일기획 이세진 연구위원은 "2635세대에겐 시대적 억압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세상이 변한 것도 없다”며 “따라서 정치적 허무주의 속에 어떤 이념보다는 개인적인 경험에 따른 정치·사회적 성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