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해맞이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해야 솟아라/해야 솟아라/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산 너머 산 너머서 어둠을 살라 먹고/산 너머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이글이글 앳된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박두진의 시 '해'다.
언제나 보는 태양이건만 아침에 솟아오르는 태양을 보면 부쩍 힘이 솟는다.
헤르만 헤세는 "꽃은 색과 향기로 이야기하고,태양은 우리에게 빛으로 말해 준다"고 했다.
그렇다.
태양빛은 무언가를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에너지가 충만해 있는 것 같다.
달빛은 고요함과 사색을 주지만,태양빛은 역동적이고 희망적이다.
발명가 에디슨은 "피로할 줄 모르는 태양은 매일매일 그의 창조력을 발휘한다"고 태양의 힘을 기렸다.
어둠을 싫어하는 우리 민족은 유난히 동트는 아침해를 좋아한다.
서양 사람들이 석양을 즐기고 지는 해를 좋아하는 것과는 아주 대조적이다.
대지 위에,검푸른 바다 위에 이글거리며 떠오르는 태양을 보면서 발을 구르고 환호한다.
해돋이를 본다는 설렘에 잠을 설치며 바다로 산으로 종종걸음을 치는 민족은 아마도 우리 말고는 별로 없을 게다.
정월 초하루가 되면 해돋이를 볼 수 있는 전국의 바다와 산,사찰이 인파로 북적인다.
배를 띄워 먼 바다로 나가는가 하면,비행선을 타는 고공 해맞이까지 등장했다.
극성이다 싶을 정도다.
이런 까닭에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다투어 '새해 해맞이'행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강에서는 유람선을 타고서 소원지를 태우고 희망 풍선을 날리는 '선상 해맞이'가 열린다.
정월 초하루 용트림하며 떠오르는 해를 보면서 올 한 해 희망을 빌어본다.
가난한 사람에게는 황금을,나이 든 어른에게는 무병장수를,구직자에게는 취업을,입시생에게는 합격을,결혼한 새댁에게는 아들 딸이 점지되기를 소원한다.
태양빛이 새벽 짙은 안개를 거두어들이듯,모든 근심도 함께 씻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태양이 빛나는 한 희망 또한 빛난다"는 어느 시구가 새롭게 느껴지는 새해 아침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