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경제는 새로운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모처럼 감지되기 시작한 경기 회복 불씨는 한국경제가 지난 몇 년간의 저성장 늪에서 본격적으로 탈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그 어느 때보다 높여주고 있다. 지난 2005년은 우리 경제와 사회가 불안과 좌절,분열과 반목에 파묻혀 미래를 향해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한 한 해였다. 사상 최대의 수출 실적을 달성하고 주가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양극화는 더욱 심해지고 청년실업은 여전하다. 부동산 대책,대기업 규제 등을 둘러싼 정책 혼선이 기업과 국민 등 경제주체들을 혼란 속으로 몰아넣었고 과거사 규명,사학법 개정 등 섣부른 개혁은 정치권의 극한 대립과 국론 분열만을 불러왔다. 더구나 황우석 파문은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원칙을 무시하고 기본적인 신뢰 기반마저 흔들면서 국민 모두를 암울하게 만든 일이었다. 새해에는 이 같은 그늘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다. 실물경제 지표에서 여러 긍정적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그래서 반갑다. 유가와 환율 등 불안한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올해 수출 호조가 지속되면서 설비투자와 민간소비의 완만한 증가세가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벌써 희망을 얘기하기에는 여러 걸림돌이 가로막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정치 상황이 경제의 발목을 잡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오는 5월 지방선거는 내년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때이른 대선정국의 기폭제(起爆劑)가 될 것이다. 정치권의 분열이 가속화하고 인기만을 의식한 각종 선심성 공약이 쏟아질 게 틀림없다. 이는 필연적으로 경제정책을 뒤틀리게 하고 성장자원의 배분마저 왜곡시킬 소지가 크다. 경제가 정치에 휩쓸리면 그나마 미미한 경제 회복의 싹을 잘라버리고 성장복원력을 되찾는 길은 갈수록 멀어질 뿐이다. 게다가 이 같은 정치 분위기를 틈탄 노동계와 농민 등 각종 이익집단의 과도한 요구가 분출할 가능성도 높다. 성장복원력을 채 회복하기도 전에 지나친 분배 요구와 무절제한 집단행동은 나눠가질 수 있는 몫 자체를 줄이고 사회불안과 갈등을 증폭시키면서 결국 모두를 피해자로 만들 뿐이다. 개혁을 내세운 시민단체들의 반기업 정서 부추기기가 또다시 기승을 부린다면 기업 활력은 떨어지고 기업가 정신이 상실되면서 우리 경제는 아예 무기력한 상태로 추락할 수도 있다. 지금 정부 기업 국민 모두의 역량을 한데 모아 한국경제의 재도약을 견인(牽引)해 나갈 성장엔진에 불을 붙이는 것보다 더 시급한 일은 없다. 이를 위해서는 그 정체성마저 혼란스러운 상태에 빠진 자유시장경제의 이념에 대한 각 경제주체들의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기업과 개인의 자율과 창의,도전과 경쟁을 요체(要諦)로 하는 시장경제의 가치를 재정립할 수 있는 의식구조의 개혁과,법적·제도적으로 글로벌 스탠더드에 걸맞은 행동규범을 확립해 이를 지켜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그것이 보다 성숙된 시장경제 체제를 굳히면서 선진 경제의 미래를 열어갈 수 있는 길이다. 정치 경제 사회 등 어느 분야 할 것 없이 더 이상 퇴행적(退行的) 이념논쟁으로 갈등과 분열을 일삼고 불확실성만 키우면서 성장에너지를 갉아먹다가는 애초부터 희망을 찾기는 어렵다.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과 경제의 확대 재생산도 결국 기업 의욕을 고양(高揚)함으로써 가능한 일이다. 하루빨리 반기업 정서를 극복하고 시장 기능을 극대화함으로써 한국경제가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다지는 데 경제주체들 모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더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