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을 놓고 저축은행들과 금융감독원 사이에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저축은행들은 "일반 시중은행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금감원은 "예금금리 인상은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정작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나 중소기업에는 큰 부담이 된다"며 저축은행들의 금리 인상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은밀히 금리 올리는 저축은행


전국 109개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금리(평균치)는 최근 수개월간 오름세를 타고 있다.


현재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5.06%로 6개월 전보다 1%포인트 이상 뛰었다.


정기예금은 서울에 본점을 둔 현대스위스가 5.75%로 가장 높고 그 뒤로 삼화 솔로몬 신민 진흥 영풍,부산의 부산솔로몬이 5.70%를 제시하고 있다. 경기 안산 소재 늘푸른은행이 5.66%의 금리로 그 뒤를 잇고 있다.


현재 시중은행들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연 4.0%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최대 1.7%포인트나 차이가 난다.


저축은행들의 금리 인상 경쟁은 물밑에서 '은밀하게' 이뤄진다.


금감원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 저축은행은 금리를 올린 신상품이 나오면 기존 고객들을 대상으로만 휴대폰 문자메시지 광고를 한다.


나이가 많은 고객에게는 직접 전화를 걸거나 편지를 보내 고금리 상품이 나왔음을 알린다.


저축은행들이 금리 인상에 혈안이 된 것은 역시 금리를 올리고 있는 시중은행들에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해서다.


특히 정기예금의 만기가 대부분 해마다 12월에서 다음 해 1월 사이에 몰려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하지 않고서는 고객을 잡아 놓을 수가 없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과 같은 금리로는 도저히 장사를 할 수 없다"며 "금감원으로부터 질책을 받더라도 생존을 위해서는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부작용 우려하는 금감원


금감원의 입장은 다르다.


수신액이 1000억원 이하인 영세 저축은행들이 고금리로 끌어온 돈을 운영하기 위해 무리하게 대출에 나섰다가는 곧바로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저축은행에 돈을 맡기는 투자자들은 비교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인 반면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은 대부분 서민층"이라며 "예대 마진 의존도가 높은 저축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그만큼 서민의 부담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직접적으로 금리 수준을 규제할 수는 없지만 상호저축은행중앙회를 통해 업계가 자율적으로 금리 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촉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금감원은 저축은행 사장들을 만날 기회가 생기면 금리를 올리지 말라며 '은근한' 압력을 넣기도 하고,금리 인상 폭이 지나치다 싶을 때에는 '호출'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저축은행 관계자는 전했다.


금감원의 원우종 비은행감독국장은 "저축은행들의 무분별한 금리 인상 행진을 막기 위해서는 예대 마진에 의존하는 수익 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음을 잘 알고 있다"며 "이런 이유로 저축은행들이 주가연동상품 등을 판매할 수 있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