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겨우 1주일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국회는 여당인 열린우리당과 야당인 한나라당의 극한 대치 속에 여전히 공전(空轉)을 거듭하고 있다. 새해 예산안을 비롯 당장 처리되어야할 법안들이 산적해 있는데도 타협의 실마리를 찾기는커녕 오히려 여야 간 정면 충돌의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것은 정말 답답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다.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은 어제 "한나라당이 등원을 거부한다면 다른 정파와 함께 새해 예산안,이라크 파병연장 동의안,8·31 부동산대책 후속 입법안 등 필수불가결한 법안을 반드시 연내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여당이 반쪽짜리 국회라도 강행하겠다는 최후통첩을 한 셈이다. 그러나 야당인 한나라당은 꿈쩍도 하지 않을 태세다. 국회가 이 모양으로 파행(跛行)을 거듭하고 있는 데에는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도 큰 책임을 면키 어렵다. 사학재단과 종교계 대다수가 강하게 반대해온 사학법을 힘으로 밀어붙여 한나라당이 장외투쟁에 나서게된 빌미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산적한 입법 현안을 앞에 두고 2주일 넘게 국회를 공전시키고 있는 한나라당도 잘못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사학법 무효화를 위한 강경 일변도의 장외(場外) 투쟁에 파묻혀,예산안 심의를 비롯한 민생챙기기를 외면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 특히 국회 파행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되돌아가게 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새해 예산안 처리가 늦어지면 내년 경제운용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당장 호남과 충청지역 폭설 피해의 신속한 복구가 절실한 마당에 예산안 처리 지연으로 대책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부동산 관련 법안 등도 해를 넘길 경우 국민 생활에 엄청난 혼란과 불편을 가져오게 된다. 이라크 파병연장 동의안 처리도 한시가 급하기는 마찬가지다. 따라서 여야는 더 이상 대치만 일삼을 게 아니라 머리를 맞대고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 반쪽 국회라도 밀어붙이겠다는 식의 여당 대응은 상황을 더 꼬이게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장외투쟁을 고집하는 야당 또한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는 마찬가지다. 당장 시급한 민생 현안을 언제까지 외면할 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