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데스크] 황우석과 투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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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완수 < 증권부장 >
씁쓸한 연말입니다.
'황우석 교수의 논문조작' 발표는 저물어가는 한 해를 아주 우울하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설마'하고 가졌던 일말의 희망이 무너지면서 배신감과 허탈감을 안겨줬습니다.
황 교수가 누구입니까.
21세기 한국을 이끌어 갈 산업이 BT(바이오테크놀로지)라는 비전을 제시했던 사람 아닙니까.
갑자기 미래한국의 한 축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느낌마저 받았습니다.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는 대체로 우리사회의 조급한 '빨리빨리' 문화와 고질적인 성과지상주의,소수의견이 무시되는 획일주의 등이 거론됩니다.
저는 여기서 '신뢰와 투명성'이라는 문제를 다시한번 되짚어 보는 계기로 삼았으면 합니다.
우리사회가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될 문제가 바로 이것입니다.
우리 증시가 선진국에 비해 낮게 평가받는 소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가장 큰 요인이기도 하지요.
외국투자자들은 우리 정부나 기업의 발표를 제대로 믿지 못하고 투명성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 주식을 실력보다 낮게 대접하고 있습니다.
거짓말을 해도 크게 문제되지 않고,절차가 불법적이라도 결과만 괜찮으면 그냥 넘어가는 사회 분위기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만들었다고 봅니다.
황 교수가 '줄기세포가 하나면 어떻고 둘이면 어떠냐,있기만 하면 될 것 아니냐'고 항변한 것도 이런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고 봐야겠지요.
황 교수에 대한 서울대의 발표가 있던 지난 23일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지가 보도한 짧은 기사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내용인즉 IT붐이 한창이던 1999~2001년 중 일부 기업에 대해 장밋빛 허위보고서를 냈던 씨티그룹 등 11개 투자은행과 헨리 블로짓이라는 유명한 애널리스트가 4억4000만달러(4500억원 상당)의 손해배상금을 투자자들에게 지급하게 됐다는 법원 판결이었습니다.
판결은 허위보고서로 손실을 본 투자자들에게 이 금액을 1만5000∼2만개의 수표로 나눠 1월22일까지 우편으로 전달해야 한다고 구체적인 방법도 명시했습니다.
과연 우리나라 증권사들은 그 당시 비슷한 허위보고서를 만들지 않았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요.
아마 비슷할 겁니다.
우리나라 증권사와 애널리스트들이 미국의 이번 판례를 보면 아마 등에서 식은땀이 날 겁니다.
그만큼 신뢰와 투명성에 대한 글로벌스탠더드와 우리나라의 수준은 아직 차이가 많습니다.
세계적인 첨단기술을 보유하고 있어도 신뢰와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한 순간에 무너지듯이 지속적인 경제 성장만으로는 선진국 진입에 한계가 있습니다.
황 교수 사태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던 와중에도 다행히 주가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향후 증시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글로벌스탠더드에 걸맞은 신뢰와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주가 상승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새해에는 신뢰와 투명성이 한층 높아져 '맑고 밝고 믿을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 봅니다.
cws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