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도상국 간(south to south) 직접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뉴스위크 최신호는 선진국에서 개도국으로 흘러가던 자본투자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개도국 다국적기업의 부상으로 개도국 간,또는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진행되는 등 세계 투자 지형에 거대한 변화가 초래되고 있다고 전했다. ◆개도국 넘보는 개도국 기업 개도국 외국인직접투자는 1995년 150억달러에 불과했으나 2003년에는 460억달러로 세 배 늘었다. 작년 세계 전체 외국인직접투자(6500억달러)에 비하면 아직은 작은 규모다. 그러나 통상적인 선진국-개도국 투자보다 5배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개도국으로 향하는 직접투자의 3분의 1이 같은 개도국기업에서 나오고 있다. 몇 해 전 남아공의 팬아프리칸엠파이어가 미국 주류업체 밀러를 인수해 톱뉴스에 오른 적이 있었다. 이렇게 태어난 SAB밀러사가 세계 2위 주류업체가 된 것은 밀러란 브랜드 때문만은 아니다. 주요 수출시장인 중국 인도 러시아 폴란드 등의 성장세에 힘입은 것이다. 남아프리카 등지에서 제철 관련 투자를 진행 중인 인도 타타그룹,중국 하얼빈에서 여객기를 생산하는 브라질 엠브레이어,미국 텍사스에서 남미 칠레까지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 중인 멕시코의 카를로스슬림,세계적 버스 제조업체인 브라질 마르코폴로 등이 대표적인 개도국 다국적기업이다. ◆현실 감각 높은 투자 개도국 다국적기업들은 일단 바로 옆 시장을 노린다. 러시아 회사들은 옛 소련에 포함됐던 나라들에 주로 투자한다. 헝가리 해외투자의 4분의 3은 동유럽이 대상이다.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인프라 투자의 40%는 남아공에서 나온다. 이미지 관리에도 신경쓴다. SAB밀러는 아프리카에서 호프와 보리를 사들이는데 다른 대륙에서 수입하는 가격보다 높게 쳐준다. 중국 축산업체인 호프그룹은 1990년대 가난한 나라에 투자하는 계열사를 만들어 총 4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안드레아 골드슈타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이코노미스트는 "세계화에는 승자와 패자가 있게 마련인데 적어도 개도국 그룹에선 승자가 더 많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동병상련'도 한몫 개도국에는 뎅기열 같은 전염병에서부터 납치사건 환율 급등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위험이 존재한다. 말콤 와이만 SAB밀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그러나 "(정부나 소비자나 모두) 같은 처지에 있는 개도국의 기업이라고 친근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더 큰 리스크도 떠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인도의 타타그룹은 방글라데시 천연가스전을 개발하는 투자건을 협의 중이다. 25억달러에 달하는 이 프로젝트는 방글라데시가 1971년 독립 이후 들여온 외국인직접투자보다 더 큰 규모다. 타타그룹은 자신들의 인프라 투자가 성공하면 다른 외국 자본들도 방글라데시에 투자할 것으로 보고 선점에 나섰다. 아르헨티나는 2002년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 이후 위험한 시장으로 인식돼 오고 있다. 그러나 남아공의 스탠더드뱅크그룹은 네덜란드은행 ING와 뱅크오브아메리카의 현지 영업망을 인수하기위해 협상 중이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