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소송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불명확한 환경론보다는 개발론 쪽에 무게를 둔 것으로 해석된다. 재판부는 선고에 앞서 "환경과 개발 중 어느 쪽이 국익에 부합하는지는 정책 선택의 문제이며 우리는 법적 판단만 내놓았다"고 언급,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그렇지만 재판부는 "환경단체측의 주장은 예측과 가능성에 기초했을 뿐 과학적 객관적으로 입증되지 않는다"고 밝혀 발생 가능성이 불투명한 환경 문제에 발목을 잡히기보다는 개발을 택하는 게 옳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새만금사업 경제성 있다 1심 재판부는 지난 2월 새만금사업 계획을 취소 또는 변경하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농지가 남아도는데 간척지를 농지로 만드는 것을 납득할 수 없으며 △간척지를 농지로 활용하면 다른 용도로 이용할 때보다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이에 비해 항소심 재판부는 "쌀 수입 개방과 기후 변화,남북 통일 등에 대비해 우량 농지를 조성,식량 자급도를 높일 정책적 필요성이 있다"며 농지 조성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과거 정부와 민관 공동조사단이 행한 경제성 분석이 잘못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이론(異論)이 없을 정도의 명백한 오류가 없는 한 이를 인정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순차 개발로 수질 유지할 수 있다 1심 재판부의 판단에 또 다른 한 축을 형성한 것은 새만금 사업이 환경에 미칠 영향에 대한 부분이었다. 즉 △새만금 사업으로 만들어질 담수호의 수질 관리가 어려우며 △생태의 보고인 갯벌을 함부로 파괴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정부의 순차 개발 방식을 택하면 방조제 공사로 만들어질 담수호의 수질을 깨끗이 유지할 수 있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한때 '죽음의 호수'로 불렸던 시화호가 해수를 흘려 보냄으로써 수질이 크게 개선된 사례를 들었다. 새만금 사업이 갯벌 등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피해가 구체적으로 입증되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같은 판단을 토대로 재판부는 "원고측이 새만금사업 취소 사유로 제시한 내용들은 대부분 관점에 따라 견해가 다를 수 있는 것들"이라며 "사업 취소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결론 지었다. 이번 판결로 정부는 당초 계획대로 새만금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큰 짐을 덜게 됐다. 당장 내년 3월로 예정된 물막이 공사 추진에 부담이 적어졌다. 그러나 이날 판결 직후 원고측이 강력히 반발하며 상고 의사를 밝혀 결국 새만금 사업의 속행 여부는 대법원의 최종 판단으로 가려질 전망이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