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을 전공하는 대학원생 김상희씨(26)는 지난 10월 백화점에서 모자에 털 장식이 달린 점퍼를 구입했다. 올해 처음 유행을 타기 시작한 스타일이라 패션 리더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18일 친구와 함께 서울 문정동을 찾았다가 자존심을 완전히 구기고 말았다. 겨울 시즌이 아직 끝나기 전인 데도 똑같은 옷이 30% 할인된 가격에 팔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패션 아울렛의 등장으로 의류 유통 채널이 다양화되면서 1개 제품에 단 하나의 가격이 적용되던 시대는 막을 내리고 있다.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 의류의 유통 흐름을 조금만 알아두면 좋은 옷을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얘기다. 패션·유통업계 전문가들은 자신의 의류 구입 목적에 따라 꼭 맞는 장소와 시기가 따로 있다고 조언한다. 패션업체가 각 시즌별 신상품을 처음 내놓는 곳은 백화점이다. '얼리 어답터'가 몰려드는 곳이라 제 값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아울렛 몰에도 시즌 신상품이 나온다. 백화점 입점에 실패한 제품을 '기획 상품'이라는 이름으로 20~30% 할인 판매하는 경우다. 업체들은 브랜드별로 한 시즌에 평균 120종 정도를 신상품으로 내놓는다. 이 중 백화점에 입점되는 것은 90여종. 김석주 현대백화점 캐주얼 바이어는 "공간의 한계로 전 제품을 백화점에 들이지는 못한다"며 "해외의 제품 시판 경향을 살피고 소비자 조사를 거쳐 선택된 80% 정도만이 매장에 자리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신상품이 처음 백화점에 들어오는 때는 지난 시즌 마감 세일이 끝난 직후다. 내년 봄 신상품을 예로 들면 올 겨울 마감 세일이 끝나는 내년 1월 셋째주가 된다. 이 때 백화점을 찾는 사람은 무조건 정상가를 내야 하지만 아울렛 몰에는 없는 제품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 가격 이점보다 상품 구색에 의미를 두는 소비자라면 이 시기에 백화점을 찾는 게 좋다. 이로부터 2주가 지나면 의류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백화점의 일부 제품에 20~30% 할인 딱지가 붙고 에스컬레이터 근처 독립 매대도 신상품으로 채워진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아도 아울렛 몰은 사양하는 '알뜰+자존심파 멋쟁이'는 이 무렵 백화점을 찾으면 된다. 브랜드에 따라서는 팔림세가 둔한 상품을 이 때 아울렛 매장에 내놓기도 한다. 신상품을 백화점과 아울렛 매장에서 동시 판매하면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는 부담을 져야 하지만 이월 상품으로 처리하려면 업체로서는 보관 비용이 만만치 않고 때로는 자금 압박을 받기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즌이 시작된 지 3주 뒤가 아울렛 매장의 상품 구성이 가장 다양한 시기다. 패션 아울렛은 서울 문정동과 금천패션타운,그리고 서울 근교의 용인 죽전,고양 덕이동 등에 밀집해 있다. 출점 상품 중에서 신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30% 정도다. 이월 상품은 최고 80%까지 싸게 살 수 있다. 시즌 신상품의 구성비는 문정동이 40% 정도로 가장 많고 다른 곳은 보통 20% 정도 차지한다는 게 아울렛 매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아울렛 몰에는 점 찍어둔 디자인이 없거나 있더라도 자신에게 맞는 사이즈가 없어 곤란할 때가 많다. 따라서 상품 구색이 다양한 때 방문해야 실속 있는 쇼핑을 할 수 있다. 금천패션타운 마리오 아울렛 관계자는 "백화점에서 빠져나오는 상품은 주로 목요일에 입고된다"며 "따라서 목요일 저녁부터 금요일 오후까지가 상품 구색이 가장 다양하다"고 귀띔했다. 좋은 브랜드 의류를 더욱 싼 값에 사는 방법도 있다. 백화점과 아울렛에서 출고된 지 대략 10개월 뒤 40% 선에 할인 판매하는 시점을 노리면 된다. 그보다 1년이 더 지나면 60% 이상 싸게 살 수도 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