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환 <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 > 상하이 루차오 해안에서 동남쪽으로 32km 떨어진 대소양산도(島)에 최신설비를 갖춘 초대형 컨테이너터미널이 최근 공식 개장했다. 상하이 양산터미널 개장은 동북아 물류체계의 새로운 변수인 것은 분명하지만 홍콩·선전항으로 대표되는 중국 남부,상하이·닝보항으로 대표되는 중국 중부,그리고 부산·광양항으로 대표되는 한반도 남부 등 3개의 물류거점이 공존하는 구도는 유지될 것으로 생각된다. 그것은 상하이항이 양산터미널을 적극 개발한다 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폭증하는 배후지역 물동량과 중국 북부항만에서 발생하는 환적수요를 모두 수용하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는 점 때문이다. 그 결과 중국 북부 컨테이너화물의 대유럽 물류에 입지적으로 유리한 상하이 및 닝보항과 대북미 물류에 보다 유리한 부산 및 광양항이 역할을 분담하는 상황이 유지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외에도 상하이 양산터미널의 개장이 우리나라 항만에 미치는 영향은 예상보다 심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연간 700~800만TEU 이상의 자체화물이 유지되고 있는 부산항은 환적항뿐만 아니라 지역항으로서의 역할도 크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는 점 때문이다. 즉,환적항으로서의 역할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싱가포르 및 홍콩항과는 달리 양산터미널의 개장에 따른 영향이 상대적으로 약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리고 부산 및 광양항에서 발생하는 환적화물은 주로 북중국과 일본의 미주항로 화물에 집중되어 왔다. 특히 과거 수차에 걸친 상하이항의 확장시에도 이와 같은 구도는 바뀌지 않았다. 따라서 설사 양산터미널이 현재와 같은 개발속도에 의해 추진된다 하더라도 우리 항만에 절대적 영향은 없을 것이다. 상하이 양산터미널과 우리 항만의 관계는 역할분담에 의한 상생의 관계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부산항이 장기적으로 동북아의 물류중심축으로서의 확고한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체계적인 대비를 해야 한다. 우선 북중국 화물의 환적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적극적인 시설투자와 이들 화물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목표 마케팅을 추진해야 한다. 환적비용이 절감되도록 다양한 인센티브제도를 운영하고 피더(부두 사이를 연결하는 소형 화물선) 전용부두를 제공하는 등 환적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또 첨단 배후단지의 개발을 통해 우리 항만을 경유하는 북중국 화물에 단순한 환적서비스 차원을 벗어나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종합물류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 상하이 양산터미널 개장을 계기로 한·중 양국의 항만들이 동북아 물류체계의 양대 축으로서 상생과 협력을 확고히 하는 기회로 승화되어 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