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149개국 장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13일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개막된 세계무역기구(WTO) 6차 각료회의의 전망은 한마디로 비관적이다.


농산물 비농산물 서비스 시장개방을 다루는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의 1차 관문인 농업개방을 둘러싼 이견은 전혀 좁혀지지 않았으며 각국 대표단은 잇따라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회의 첫날 각국 대표들은 자국과 이해를 함께하는 각종 그룹별 회의를 갖고 자국의 이득 챙기기에 분주한 일정을 보냈다.


회의장 밖에서는 한국 농민단체 등이 주력을 이루고 있는 WTO 반대 시위가 하루종일 이어졌다.



◆한국 "개도국 지위 인정받자"박홍수 농림부 장관은 이날 오전 G10(농산물수입국그룹) G33(개발도상국그룹) 각료회의에 잇따라 참석했다.


G10과 G33 회의는 "개도국을 위한 특별하고 차등적인 대우가 협상의 주요 부분이며 개도국의 특혜 잠식 문제가 제대로 다뤄져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특히 농산물 수입국과 개도국을 위한 우대조치를 강력히 요구했다.


전체적인 관세 인하에 합의하더라도 예외적으로 낮은 관세감축률을 적용받는 민감품목과 개도국특별품목 개도국특별긴급수입제한(SSM) 등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촉구한 것이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DDA 협상에서 한국은 농산물 분야에서 여러 국가들로부터 개발도상국 지위를 인정받는 게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말했다.



◆잇단 비관적 전망


롭 포트먼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회의 개막에 앞서 현지 언론과 인터뷰를 갖고 "이번 협상은 농산품 문제에 대한 협상과정이 복잡하고 수정할 여지도 없어 타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브라질 등 수출국그룹으로부터 농산물 보조금 추가감축 압력을 받고 있는 피터 만델스 유럽연합(EU) 대표도 "추가적인 양보안은 없을 것"이라고 말해 이번 회의에서 큰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임을 시사했다.


이재길 DDA 대사는 "홍콩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벌써 내년 임시각료회의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이번 회의는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향후 협상 원칙과 일정을 합의하는 수준에서 종결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처럼 회의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자 최빈 개도국 농산품에 대한 무관세 적용 등 개도국에 대한 지원 문제를 이번 각료회의의 성과로 만들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빅토리아공원의 농민가


회의가 열린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1.5km 떨어진 빅토리아공원에는 하루종일 꽹과리 소리와 '농민가' '임을 위한 행진곡' 등이 이어졌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한국 시위대 1500명은 오전 한국민중결의대회에 이어 오후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1000여명이 합세해 "Down Down WTO,타도 WTO"를 외치며 WTO 반대시위를 주도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주식인 쌀을 일반 상품과 똑같이 무역자유화 대상에 올려놓아서는 안 된다"며 "농업은 기본권과 인권차원에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컨벤션센터를 향하던 전농 소속 시위대는 홍콩 경찰과 대치하며 몸싸움을 벌였다.


이 중 40여명은 상여를 불태워 경찰들에게 던진 후 구명조끼를 입은 채 바다에 뛰어들어 컨벤션센터로 가겠다며 해상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1명은 저체온증으로,1명은 허리를 다쳐 인근 병원에 입원했다.


홍콩=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