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일회용 의료기기 재활용 산업이 뜨고 있다.


인체의 혈관 속에 삽입되는 수술용 도관인 카테터,수술용 핀셋 등 각종 일회용 의료기기를 살균·소독해 다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재처리 산업이 유망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12일 한번 쓰고 버려지는 의료기기에서 사업 기회를 찾으려는 많은 기업인들이 의료기기 재활용 분야에 몰리면서 이 산업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의료기기 재활용 산업 급성장


과거엔 대부분의 의료기기가 유리 고무 금속 등으로 제작됐기 때문에 이를 소독해 재사용하는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1970년대와 1980년대부터 의료기기 제조업체들이 플라스틱 등을 이용해 만든 일회용 의료기기를 대거 선보이면서 한번 사용하고 버리는 경우가 흔해졌다.


미국의 일회용 의료기기 시장규모는 연간 30억달러에 달한다.


재활용 업체들은 쓰레기 더미에 버려질 의료기기들을 소독처리하는 등 이 분야 재활용사업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지난 2001년 4000만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던 의료기기 재활용 산업의 규모는 올해 1억2000만달러를 훌쩍 뛰어넘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이 산업은 얼라이언스 메디칼,뱅가드 메디칼 컨셉트,스테릴메드 등 3개 업체가 주도하고 있다.


얼라이언스의 경우 재활용 산업의 급성장에 힘입어 매출이 최근 5년간 4배로 커졌다.


이처럼 재활용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는 것은 병원들이 의료기기 구입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재생 의료기기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체적으로 의료기기 재활용 사업을 벌였던 대형 병원들까지 미식품의약국(FDA)의 까다로운 규제에 맞추기 위해 외부업체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의료기기 재활용 산업이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성장관건은 안전성 확보


문제는 안전성이다.


일회용 의료기기를 소독해 다시 쓸 경우 감염 등의 부작용을 확실하게 막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의료기기 생산업체들은 자신들의 경쟁상대인 재활용 업체들을 견제하기 위해 "의료 전문가조차 제대로 갖추지 않은 업체들이 난립해 환자들에게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품을 쏟아내고 있다"고 비난한다.


이에 맞서 재활용 업체들은 FDA도 재활용 의료기기의 안전성을 원칙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만큼 관련 규제를 준수한다면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미 의회는 2000년 조사 보고서를 통해 일회용 의료기기의 재사용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증거가 없다고 밝혀 재활용 업체들에 힘을 실어줬다.


다만 이 보고서는 FDA가 재활용 업체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수많은 중소업체가 잇따라 설립돼 FDA가 재활용 업체들의 실태를 아직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의료기기 재활용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선 안전성 문제를 담보할 수 있는 규제 시스템이 더욱 정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